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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핑야오… 2700년 古城을 거닐다

입력 : 2011-05-26 19:30:04 수정 : 2011-05-26 19: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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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 높이 12m·둘레 6.4㎞ 여의도 5배
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성 안 4000채 넘는 옛 가옥엔 후손들 거주
중국 산시성 진중시에 있는 핑야오(平遙) 고성은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자 중국 역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명나라 시대 전형적인 팔괘(八卦) 양식의 도시 구조와 300개가 넘는 고대 유적이 원형을 유지한 채 남아 있다. 성 안 4000채가 넘는 옛 가옥에선 여전히 후손들이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핑야오 고성을 보고 있노라면 오랜 과거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핑야오에 성곽이 자리 잡게 된 것은 무려 27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핑야오 고성은 27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명나라 시대의 전형적인 팔괘 양식 도시 구조와 가옥 등을 원형 그대로 보존한 채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다. 명청거리(위)와 목조누각인 스러우(왼쪽 아래), 골동품가게(오른쪽 아래)가 인상적이다.
중국 주나라 시대에 인근 소수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흙으로 높은 성을 쌓기 시작했다. 명나라와 청나라에 이르러서 토성에 벽돌을 덧대는 보수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성곽은 높이가 12m에 달하고 둘레는 6.4㎞로 여의도 5배 정도이다. 성벽을 따라 4m 깊이의 해자(인공호수)도 있다. 핑야오 고성의 건축에는 중국 통치이념인 유교 사상이 철저히 배어 있다.

크기는 현(縣) 단위에서 축조할 수 있는 규모에 맞추어져 있고, 사방으로 난 6개의 크고 작은 문과 4개의 탑, 72개 망루의 용도까지도 유교 사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핑야오 고성이 세계에 알려진 것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계기가 됐다. 

중국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고성을 보기 위해 핑야오에 도착했을 때 애초 기대와 달리 하늘은 부연 황사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국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역사적 현장 속에 빠져든다는 여행자의 설렘까진 막지 못했다. 남문 입구에 당도하자 옛날에 수문장이 지키고 서 있었을 법한 자리에는 안내소와 입장권을 파는 부스가 육중하게 놓여 있었다. 버스나 택시를 타고선 고성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대신 8인승 전동카트가 여행객의 무거운 발을 대신해 준다. 과거로의 여행을 위해 고성과 주택들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골목을 거닐다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 전의 어딘가에 도착했다는 기분이 든다. 여름철에는 하루 평균 7만명의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다.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조상이 쌓아 올린 성곽이 후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보물 같은 존재가 됐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핑야오 고성의 가장 큰 특징은 성곽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여느 곳과는 달리 그 안의 도시까지 완벽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성곽을 돌고 나면 자연스레 바둑판 모양으로 잘 정리된 길을 따라 명청거리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이 핑야오 고성 여행의 중심지. 크고 작은 관청과 객잔, 상가 등이 퇴색한 기와지붕을 머리에 이고 줄지어 서 있다.

길모퉁이에서 후이관(會館)이라는 큰 건물을 만났다. 중국의 회관은 우리와 달리 옛날 상인들이 출장을 가서 동향인끼리 모여 숙박하고 정보를 주고받던 회합 장소였다. 길가에 늘어선 건물을 자세히 보면 좌우에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지붕이 웅장한 명대 건축물과 소박하고 아담한 청대에 것이 분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곳에서 두 시대의 특색 있는 건축물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핑야오 상가를 따라 걸으며 이곳에서 치열하게 살았을 중국 최고 상인들의 모습이 떠올렸다. 핑야오 상인은 중국에서도 가장 장사를 잘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상인들이 운영한 표호(票號)라는 옛 금융기관이 모여 있어 이 도시가 한때 누렸던 영화를 웅변하고 있다. 당시 핑야오에는 중국 최초의 금융기관인 르성창(日昇昌) 등 표호가 27개나 있었다. 당시 중국 금융기관 전체의 절반에 해당한다. 1860년대 서구 열강에 밀려 당시 은행은 몰락하고 지금은 이름만 남았다.

명청거리 중심에는 스러우(市樓)가 자리 잡고 있다. 목조 삼층 누각인 스러우의 삐꺽거리는 계단에 올라서면 고성 전체가 눈앞에 펼쳐진다. 상인들이 숭배한다는 재물과 의리를 상징하는 ‘관우상’이 입구에 버티고 서 있다. 핑야오는 중국에서도 유교문화를 대표하는 곳이다. 현존하는 50여 개 박물관 가운데 공자를 모시는 사당인 대성전(大成殿)은 가장 유명한 유적이다. 이곳 대성전은 공자가 탄생한 취푸(曲阜)의 사당에 이어 두 번째 크기를 자랑한다. 핑야오 고성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타박타박 걸어서 골목과 유적지를 돌아보는 단조로운 여행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남게 된다. 오래된 건물 사이로 중국인의 삶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이 아닐까.

명청거리를 제대로 보려면 늦은 밤에 한번 더 가봐야 한다. 불야성을 이룬 상가는 낮과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핑야오에서는 잠자리도 특별하다. 오래된 큰 부잣집을 개조한 객잔은 시골 친척집에 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높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뜰에 앉아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도 진한 추억으로 남는다.

핑야오=글·사진 류영현 기자 yhryu@segye.com

■ 여행정보

◆가는 길=인천에서 중국 타이위안(太原)까지 5월부터 아시아나항공이 일주일에 두 차례씩 운항한다. 매주 월, 금요일 오전 9시30분 인천에서 출발하고, 같은 날 오전 11시50분 타이위안공항에서 돌아온다. 펑야오고성은 타이위안에서 50km 쯤 떨어진 곳에 있다. 국내 여행사들이 연합해 핑야오(平遙)와 몐산(綿山)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연락처(02) 6925-2569

◆묵을 곳=타이위안에는 산시성 성도답게 큰 호텔이 많다. 핑야오 고성에는 고가를 개조한 여관급 객잔이 많다. 물이 워낙 좋지 않아 샴푸와 비누는 꼭 가지고 가야 한다.

◆먹을 것=핑야오에서는 쇠고기에 다섯 가지의 향신료를 첨가해 쪄낸 ‘핑야오 뉴러우(平遙牛肉)’가 유명하다. 또 이곳에서 재배한 마 가루를 특산품으로 판매하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죽엽청주와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중국 3대 명주 가운데 하나인 ‘펀주(汾酒)’도 이곳 특산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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