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암괴석·협곡 절경 몐산 '중국의 그랜드캐니언'

입력 : 2011-05-26 19:18:36 수정 : 2011-05-26 19:18:3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천길 낭떠러지 위에 호텔객실 '아찔'
절벽 나무다리 오르면 하늘위 걷는듯
개자추 일화로 유명한 한식의 유래지
해발 2000m 이상에 자리 잡은 몐산의 윈펑사는 절벽에 지어져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한다.
중국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웅장하고 거대한 자연경관 속에 숨겨진 역사의 숨결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산시성 제슈(介休)시에 있는 몐산(綿山)도 빼어난 자연경관과 선인들의 체취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산둥성과 산시성을 나누는 경계인 타이싱산(太行山)의 한 갈래로,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는 몐산의 문화유산은 대부분 해발 2000m에 자리하고 있다. 기암괴석을 품은 협곡 사이로 불교와 도교 사원들이 절벽에 절묘하게 붙어 있다. 황하문명의 발상지이자 ‘누들로드’의 시발점으로 불리는 산시성은 중국에도 가장 많은 면 요리를 보유한 ‘면의 고향’이기도 하다. 

낭떠러지에 자리한 호텔.
◆절벽 위 동굴에 있는 운봉사와 호텔

몐산에 도착하면 맨 먼저 2000년 전 불교 승려들의 수양을 위해 굴에 지었다는 윈펑사(雲峰寺)와 마주하게 된다. 절벽 위 동굴에 지어진 윈펑사에 오르려면 지그재그로 난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 한다. 성미 급한 여행자를 위해서 중간에는 120계단이 마련돼 있다. 이 계단은 불교에서 말하는 108번뇌와 12간지를 합한 숫자를 떠올리도록 만든 것이다. 사찰 지붕 위 절벽에는 아름다운 종 수천 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다린다’는 뜻에서 달아 놓은 것들이다. 윈펑사 주변을 돌다 보면 작은 돌 틈에는 이쑤시개와 면봉이 잔뜩 끼워져 있다. 바위틈에 이를 세워 놓으면 ‘허리가 안 아프다’거나 ‘허리가 건강해진다’는 중국인들의 속설 때문이다. 윈펑사에서는 이처럼 사소한 속설도 여행자에겐 진지한 볼거리가 된다. 윈펑사에서 80m의 쇠사슬을 타고 오르면 산 정상에 있는 정궈사(正果寺)가 나온다. 정궈사에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등신불 12존이 안치돼 불교에서는 ‘큰 의미’가 있는 사찰로 통한다.

이곳에서 가장 큰 호텔 윈펑수위안(雲峰墅苑)은 사찰 바로 옆에 있다. 절벽 위에 지어져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까지 올라가야 호텔이 나온다. 그리고 다시 5층으로 된 객실로 가야 한다. 천길 낭떠러지에 지어진 호텔 객실 안에서 창문 너머로 보는 풍경이 절경이다. 그래서 ‘한 번 머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호텔’이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님을 알게 된다.

정궈사를 오르는 계단.
◆하늘 위를 걷는 다리, 천교와 고건축물들


몐산에는 기이한 불교와 도교 사원이 많다. 이 가운데 도교 사원인 대라궁(大羅宮)은 대표적인 건물이다.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함’이 묻어나는 대라궁은 깊은 산속에서 수도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노예 신분으로 태어나 진나라 황제가 되었다는 석륵이 군사를 모았다는 석채도 아름답다. 석채 위에 있는 천교(天橋)는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당 태종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절벽에 붙어 있는 400m의 나무다리에 오르면 하늘 위를 걷는 느낌이 든다. 이른 아침 구름 낀 천교에 오르면 ‘신선이 노니는 곳’이 이곳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자연풍경구’로 지정된 수이타오거우(水濤溝)는 굽이굽이 험준한 산세가 잉태한 깊은 계곡에 자리 잡고 있다. 4㎞ 구간을 따라 기이한 계곡과 폭포가 이어지는데 여름 휴양지로 유명하다. 

톈챠오.
◆한식의 발상지에서 개자추를 만나다


몐산에는 매년 130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찾아온다. 이곳이 중국의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한식(寒食)의 유래지이기 때문이다. 한식은 춘추전국시대 주나라의 가신 개자추(介子推)의 설화에서 시작됐다. 진나라 문공이 후계다툼에 휘말려 추방돼 떠돌 때 그를 따르던 가신 개자추는 19년간 손과 발이 되어 모셨다. 개자추는 허기에 지친 주군에게 자신의 허벅지를 도려내어 고깃국을 끓여 바쳤다는 ‘할고담군(割股啖君)’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공은 보위에 오른 뒤에 한동안 그를 찾지 않았다. 개자추는 노모와 함께 몐산의 깊은 산에 은거했다. 그 후 문공은 몇 차례의 그를 불렀지만 산에서 나오지 않자 불을 놓도록 했다. 노모와 함께 산에서 내려오리라는 기대와 달리 개자추는 버드나무 아래 노모를 안고 타 죽은 모습으로 발견됐다. 문공은 개자추를 애도한 후 불을 지른 그날은 불 없이 찬 음식을 먹도록 함으로써 한식이 유래했다. 몐산에는 이 설화에 나오는 개자추의 묘와 불에 타 없어진 버드나무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몐산=글·사진 류영현 기자  yhryu@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