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방식에 따라 명주실을 꼬아 만든 톱으로 원석을 자르고 다듬어 작은 옥 가락지 하나를 만드는 데 꼬박 일주일이 걸립니다. 향로나 찻주전자 같은 큰 작품은 서너 달 넘게 걸리기도 하지만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옥제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멋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엄씨가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37호 옥장 엄익평씨가 작업실에서 자신이 만든 다양한 옥공예품을 정리하고 있다. |
엄씨가 옥과 인연을 맺은 것은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16세 때. 당시 옥공예 분야의 최고 기능인이었던 홍종호씨의 공방에 취직해 옥원석을 자르는 일을 시작했다. 3년 후 그는 자신만의 작업공간에서 마음껏 작품을 만들어 볼 요량으로 서울 상도동 달동네 자락에 움막과 다름없는 작은 공방을 차렸다. 독립한 뒤 엄씨는 매일 옛 기록 속의 옥장신구들을 연구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법을 창조하는 데 매진했다.
◇가공하기 전의 옥 원석들. |
◇엄익평 장인이 제작한 각 정부부처 상징 옥도장. |
엄씨는 머리에 돌을 맞은 듯한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정밀하게 조각된 비녀에 광택을 낸다. |
◇연마제를 묻혀가며 비녀 내부를 파내고 있다. |
◇옥으로 만든 은장도들. 옥은 예로부터 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선한 기운을 북돋는 보석으로 알려졌다. |
“전통을 잇는 장인의 역할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아름다움을 현재에서 다듬어 미래에 물려주는 가교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전통 옥공예 기법이 비록 보잘것없는 재주지만 그런 역할에 충실하며 살고 싶습니다.”
사진·글=남제현 기자 jeh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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