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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본지, 검찰서 보관한 편지 원본 입수

입력 : 2011-03-09 00:45:54 수정 : 2011-03-09 00: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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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 동생 “정치권 인사가 써달라 요구”… BBK사건 재점화되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동열 부장검사)는 지난해 11월25일자 관보에 BBK 사건 수사와 관련된 '나에 동지 경준에게'라는 편지를 원래 소유자한테 돌려준다는 압수물 환부 공고를 냈다. 사실상 수사가 끝나 더는 검찰이 보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2007년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을 조사하기 위해 해당 편지를 압수했다.

이 편지를 쓴 당사자는 미국 교도소에서 김씨와 1년간 함께 수감생활을 한 신경화씨다. 하지만 신씨 동생 신명씨는 8일 기자와 만나 2007년 정치권에서 공개한 문제의 편지는 형이 쓴 게 아니다. 형을 살리기 위해 내가 썼다고 말했다. BBK 논란의 중심에 있던 편지가 조작됐다는 것이다. 관보 공고문에도 환부인은 신명으로 적혀 있다. 신경화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편지를 동생에게 돌려준 것도 의문이다.

◇200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이 ‘BBK 의혹’의 장본인인 김경준씨 ‘기획입국설’을 제기하며 일부 언론에 공개한 편지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명씨가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 압수물과에서 돌려받아 세계일보에 공개한 편지(왼쪽 사진)와 200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이 국민일보에 공개한 편지. 서두가 ‘나의 동지 경준에게’와 ‘나에 동지 경준에게’로 다른 데다 내용은 거의 비슷하지만 필체와 편지지 양식이 다르다.
정재영 기자
◆김경준씨 앞으로 된 2통의 편지, 어떻게 다른가


대선 직전 한나라당이 김씨의 ‘기획입국’을 주장하며 언론에 공개한 편지는 ‘나의 동지 경준에게’로 시작한다. 그러나 신명씨가 공개한 편지는 ‘나에 동지 경준에게’로 돼 있다. 환부 공고에 적힌 제목도 ‘나에 동지 경준에게’다. 신씨는 “형이 외국에서 오래 살아 한글맞춤법이 서투르다”고 설명했다.

신명씨가 공개한 편지 원본에는 ‘6891’이라는 수감번호(수번)가 명시돼 있다. 2007년 10월 이후 국내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형 신경화씨 수번이다. 관보에 게재된 공고에도 같은 번호가 적혀 있다. 하지만 BBK 논란 당시 한나라당이 입수했다는 편지엔 수번이 없다. 검찰은 BBK 사건 수사 당시 편지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경화씨를 조사했다. 조사 과정에서 편지가 쓰여진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걸 파악한 검찰은 동생 신명씨도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누가 편지를 썼는지 확인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편지와 관련해) 형과 동생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면서 “이미 수사가 끝난 사안인데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해주면 또 다른 의혹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BBK 의혹’ 사건의 주역인 김경준씨와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
세계일보 자료사진
◆신씨, “편지 대신 쓴 건 형을 살리기 위해서”


신명씨는 “형을 살리기 위해 대신 편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인 신경화씨는 강도상해 혐의로 미국에서 복역하다가 김씨가 입국하기 한 달여 전쯤인 2007년 10월 국내 교도소로 이송됐다. 얼마 뒤 BBK 사건이 터지자 그가 김씨와 수감생활을 함께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고, 여야 모두 그의 ‘입’에 주목했다. 이때 모 정치권 인사가 접근해 “‘김씨가 이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 한국에 들어갈 결심을 했다’는 취지의 편지를 형 이름으로 써 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신명씨 주장이다.

그는 “형이 건강 등 여러 문제로 한국보다 미국에서 복역하고 싶어 했다”며 “편지 작성을 제안한 인사는 ‘형 이름으로 편지만 써주면 미국 이송 등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안을 한 정치권 인사가 누구인지 끝내 함구했다. 4년이 지나서야 조작설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진 않았다. 최근 김씨 누나 에리카 김씨,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 등의 귀국으로 BBK 사건이 정치권 현안으로 재부상했기 때문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자기 주장을 입증할 유일한 증거물인 편지 원본을 최근 검찰에서 돌려받은 점도 조작설 제기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BBK 사건=김경준씨가 1999년에 설립한 회사인 BBK를 통해 주가 조작으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이 돈을 횡령한 사건. 김씨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지만, 검찰과 특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냈다. 김씨는 이 일로 징역 8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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