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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정부, 위키리크스 폭로 비난

입력 : 2010-11-30 08:34:02 수정 : 2010-11-30 08: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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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비난.제재 으름장..美에 불쾌감 노출도

공개 언론사들 "국민 알권리.공공이익에 이바지"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8일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 25만여 건을 공개한 가운데 각국 정부는 `무책임한 폭로'라고 주장하면서 위키리크스를 강력 비난했으며, 일부 국가는 `불법적'이라며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많은 국가들이 미국과 불편한 관계로 몰고 갈 수도 있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음을 의식, 이번 문서 공개가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파장을 애써 축소하려 모습을 보였다.

반면 위키리크스와 손을 잡고 문건을 분석.공개한 5개의 국제적 신문.잡지 측은 이러한 비난을 일축하면서 문건 공개는 정부나 외교 관계자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으며 상당수 시민단체들도 환영하고 나섰다.

한편, 각국 외교가에서는 이번 공개가 어쨋든 외교의 생명인 `신의'를 손상시킴에 따라 국제 외교 무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 美, 獨, 佛, 英 등 위키리크스 강력 비난 = 당사자인 미국 백악관은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전 세계 여러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무분별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외교관, 정보기관원은 물론이고 민주주의와 열린 정부를 만들고자 협력하는 전 세계인들을 명백한 위험에 빠뜨리게 했다"면서 "비밀문서의 불법적인 공개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난한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도 "많은 생명을 위험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고, 캐나다의 로런스 캐넌 연방외무장관은 "무책임하다고 언급"하면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위키리크스의 기밀 외교전문 공개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독일과 미국 관계는 매우 굳건하고, 친밀한 관계"임을 언급하고 "이번 공개로 양국 관계가 절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슈테판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이 전했다.

베르나르 발레로 프랑스 외교부 대변인도 "프랑스는 위키리크스의 계획적이고 무책임한 폭로를 강력 비난한다"고 논평했다.

엘리제궁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민감하게 반응하고 권위주의적인 성향이 있다"고 평가한 데 대해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인 프랑수아 바루앵 예산장관은 프랑스는 이들 문건이 공개되기 전에 알고 있었다며 국가 주권을 손상시키지 않고 공직자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은 아예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 벨기에.파라과이.이탈리아 `불편 심정' 노출 = 그러나 일부 국가에선 공개된 문서 내용에 대한 불편한 심정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스테픈 파나케레 벨기에 외무장관은 공영방송 VRT와 인터뷰에서 "공개된 문건 중 벨기에와 관련된 내용에는 새로운 게 없어서 별로 충격적이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파나케레 장관은 미 외교관들이 주재국 관료의 신용카드 번호를 획득하고 유엔 직원들이 사용하는 통신망 비밀번호와 같은 정보를 입수한 사례들을 적시하면서 "이건 도가 지나쳤다. (자국) 이익의 보호와 이를 위해 쓰는 수단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외교행위와 간첩행위를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파라과이 외무부는 공개된 외교전문에서 미 정부가 2008년 파라과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미 대사를 불러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나설 방침이다.

엑토르 라코냐타 파라과이 외무장관은 "이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며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만일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내정간섭"이라고 말했다.

외교전문에 자신이 `광란의 파티'에 여러 번 참석했다고 거론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나는 소위 말하는 `광란의 파티'에 가지 않으며, 그게 뭔지 조차도 모른다"며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건을 "3류, 4류 수준의 저질 폭로"라고 몰아부쳤다.

러시아와 아랍권 등 일부 국가들은 자국 정상 등 주요 인물들에 대한 미국 측의 평가와 폄하에 대해 내심 불쾌해 하면서도 공식 논평은 하지 않은 채 러시아 정부 역시 구체적 논평을 삼가는 태도를 취했다.

크렘린궁은 아예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총리 공보실장은 "우선 문서 원본을 보고 단어나 표현의 번역이 정확한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어느 위치에 있는 외교관이 그런 평가를 했는지 또 어떤 문서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만 언급했다.

◆ 언론은 "공공의 이익에 봉사" 반박 = 반면에 위키리크스와 함께 협의하고 전문을 공개한 세계 주요 매체들은 문건 공개와 보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즈(NYT)는 "이 문건들은 미국 외교의 성공과 타협, 좌절에 대한 이해를 도움으로써 다른 어떤 것들이 필적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한다"고 밝혔다. NYT는 이어 "정부가 국가에 막대한 인적ㆍ물적 부담을 요구하는 크나큰 결정들을 어떻게 하는지를 이 전문들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신문 르 몽드는 "언론인으로서 이 문건들을 분석해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제공하는 것을 우리의 사명 중 하나로 여긴다"면서 5개 매체가 공동작업을 통해 특정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이름은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보안과 비밀주의 속에 국가의 이익을 정당화하려는 것에 맞서 이 것과 공공의 이익 중 어느 것이 더 큰 것인지 무게를 재고 공개를 경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샌지는 미국 정부가 "미국 당국에 의한 심각한 인권침해와 여러 범죄적 행동들의 증거들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번 문건 공개와 관련해 위키리크스 사이트가 사이버공격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외교가 향후 파장 우려 = 이탈리아의 프랑코 프라티니 외무장관은 "이번 사태는 세계 외교가의 9.11테러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국가들 간 신뢰관계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존 콘블룸 전 주독 미 대사는 "외교는 신의에 바탕을 둬야 한다. 이번 경우처럼 그런 신의가 깨진다면 그다음은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 언론에 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비밀리에 말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또 루프레흐트 폴렌츠 독일 연방의회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엄격한 보안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건 이제 미국의 책임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동맹국들로부터 더는 솔직한 말들을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의 전직 외무장관인 벤 보트도 "많은 국가에서 외교관 등 정부 관리들이 미 외교관을 만났을 때 극도로 조심하게 될 것"이라며 내다봤다.

그는 "이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몇 년 후면 공개될 테니 말조심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단기적으로 미국 외교에 타격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경계심은 전 세계적으로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외교전문에 영국과 미국 간 '특별한 관계'에 대한 영국 내의 '편집증'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 등이 담겨 있다고 소개한 뒤 영국 정치계가 조만간 공개될 내용 때문에 우려와 긴장에 휩싸여 있다며 영국 외무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문건 폭로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손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정부는 추가로 공개될 외교전문에는 영국 지도자들의 반(反) 이슬람 발언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이슬람권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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