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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北 연평도 도발]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느냐…이번 기회에 섬 떠나겠다"

관련이슈 11·23 北 연평도 포격 '도발'

입력 : 2010-11-26 00:34:55 수정 : 2010-11-26 00: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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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 잃은 주민들 깊은 시름
찜질방·친척집 전전하며 불안한 미래에 대해 하소연
아직 피해상황 파악 안돼… 당국 보상·지원 장기화될 듯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은 연평도 주민들이 인천시내 찜질방과 친인척 집을 전전하며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연평도에 남아 있던 주민들마저 결국 섬을 떠났다.

이날 입출항 제한조치가 풀리면서 연평도로 들어간 주민 600여명은 옷가지 등 생필품을 챙긴 뒤 다시 나올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인구(50) 연평어촌계장은 “주민들이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느냐”며 “연평도에서는 도저히 못 살겠으니 국가가 이주를 시켜주든가 방법을 찾아달라”고 하소연했다.
손짐만 꾸려 집 떠나는 노부부
북한 도발로 위기감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25일 연평도에서 한 노부부가 간단한 손짐만 꾸려 집을 떠나고 있다.
연평도=연합뉴스
사태가 수습되더라도 섬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주민도 나오고 있다. 해병대 하사관 남편(30)을 둔 정모(29)씨는 “시가에서 마련해 준 김포의 작은 아파트로 이주할 계획”이라며 “(섬 복귀는)아버지가 워낙 완강하게 반대해 남편도 따로 사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현재 세 자녀(5, 3살, 11개월)와 함께 인천의 친가에 머무르고 있다.

연평도에서 4년째 여관을 운영 중이라는 박훈식(55)씨도 “오늘과 내일 업무가 정리되는 대로 다시 인천으로 나올 계획”이라며 “이번 기회에 섬을 아예 떠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등 관계기관은 연평도 주민들의 피해 보상과 이주대책 등을 놓고 협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이날 송영길 시장, 조윤길 군수 등 30여명이 옹진군청에서 연평도 주민 70명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정부 지원방안을 설명했다. 송 시장은 ‘당장 갈아입을 옷조차 없다’는 주민들의 호소에 “특별교부금을 통해 당장 살 수 있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옹진군청 관계자는 “피해 상황이 파악돼야 보상할 텐데 아직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이주대책에 대해서도 인천시 관계자는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만 말했다.

시는 우선적으로 인천에 연고가 없는 154명의 숙식을 지원하는 한편 주택 피해에 대한 국비 지원(22동, 약 20억원), 대피시설 현대화사업 추진(3개소, 약 180억원) 등을 건의할 계획이다.

연평도 주민들의 정신적 충격도 커 배려해야 할 부분이다.

노명산(57)씨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겠다”며 “어르신들 충격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

연대 세브란스병원 김승준 정신과 전문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까지는 아니더라도 불안장애 등 증상이 충분히 예견된다”며 “불면·불안 증세를 호소한다면 초기에 빨리 대응해야 만성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천안함 생존장병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PTSD 환자는 6명, 고위험군은 13명 등으로 파악된 바 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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