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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상징서 ‘양파총리 후보자’ 불명예 안고 하차

입력 : 2010-08-29 23:26:36 수정 : 2010-08-29 23: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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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후보 지명 3주 만에 자진사퇴
‘박연차 만남’ 잇단 말바꾸기에 여권마저 외면
선거비 대출·스폰서 의혹도 제대로 대응못해
시작은 화려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 8일 지명에서 29일 자진사퇴까지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21일은 그랬다. ‘정치권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부각됐던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양파 총리 후보자’란 불명예를 안았고, 결국 스스로 물러나며 3주 만에 만신창이가 됐다.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된 거짓 해명으로 광범위한 사퇴 압력에 직면한 것이 결정타였다.

이명박 정부 3기 내각의 구상이 드러난 8·8개각의 주인공은 단연 김 후보자였다. 참신성, 서민적 이미지, 재선의 도지사 경력 등은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다. 40대라는 점이 부각돼 정치권에서는 세대교체가 화두로 떠올랐고, ‘박근혜 대항마’란 해석까지 붙어 여권의 차기 대권 경쟁 구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됐다.
자신만만… 진땀 청문회… “국민께 죄송” 지난 8일 총리 지명 직후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자신만만했건만(왼쪽), 24∼25일 호락호락하지 않은 청문회에서 진땀을 빼더니(가운데), 지명 21일 만인 29일 결국 사퇴 의사를 밝히며 깊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
이범석·허정호·이제원 기자
하지만 ‘화려한 날’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명 이후 이러저러한 의혹이 불거지더니, 지난 24∼25일 이틀간의 청문회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스폰서 의혹, 선거비용 10억원 대출, 부인의 뇌물수수, 불투명한 금전 거래와 재산관리 등을 문제 삼았고, 김 후보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벗기면 벗길수록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다며 ‘양파 총리 후보자’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치명타는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거짓말이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첫날인 24일 “2007년 전에는 박 전 회장과 일면식도 없다”고 했다가 다음날에는 “2006년 가을에 골프를 친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7일 두 사람이 2006년 2월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돼 신뢰성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로써 김 후보자에 대한 기대는 싸늘하게 식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비토론’이 비등했다. 의원총회에서는 김 후보자를 ‘걸레 같은 행주’에 빗댄 거친 표현까지 등장하며 ‘김태호 낙마론’이 대세를 이뤘다. 당 지도부는 겉으로는 임명동의안 직권상정까지 거론하며 ‘김태호 구하기’의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당내의 부정적 인식과 악화된 여론 등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고위원은 “당 연찬회를 거쳐 9월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표결하면 부결될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27일 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만난 김 후보자는 “내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이 정부의 성공에 정말 기여하는 것”이라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차가운 여론,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 가중 등 악화일로의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퇴 의사를 수용하면서 김 후보자의 중앙정치무대 진출은 초라하게 끝났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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