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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

입력 : 2010-08-29 23:29:24 수정 : 2010-08-29 23: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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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要下雨(천요하우) 娘要嫁人(낭요가인) 由他去(유타거)>
金, 트위터 글에 마오쩌둥 어록
‘불가항력적 사퇴’ 심경 표현한 듯
이른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진 29일 오전 10시. ‘사퇴의 변’을 밝히기 위해 서울 광화문 개인 사무실 건물 1층 로비에 들어선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불과 21일 전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통합과 소통의 아이콘이 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로비를 가득 메운 취재진 앞에 선 그는 가슴 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자신의 잇단 말바꾸기로 악화된 여론을 감안한 듯 “국민 여러분에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각종 의혹에 대해 억울만 면도 있지만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며 “진솔하게 말씀드리려 했던 것이 잘못된 기억으로, 정말 잘못된 기억으로 말 실수가 되고 또 더 큰 오해를 가져오게 된 것에 대해 전적으로 저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자진사퇴의 ‘결정타’가 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처음 만난 시점을 번복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무신불립이라 했습니다. 저는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미덕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신뢰가 없으면 제가 총리직에 임명된다 해도 무슨 일을 앞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총리직 수행이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했다.

여권의 차기 ‘잠룡’으로까지 거론됐던 것이 떠올랐을까.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그의 목소리에선 착잡함과 함께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회견 말미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대목에선 감정이 복받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서둘러 자리를 떴다. 회견장에 들어선 뒤 떠나기까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사퇴회견을 한 뒤 이날 오후 트위터에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라는 글을 남겼다. 마오쩌둥(毛澤東) 어록에 나오는 ‘天要下雨(천요하우), 娘要嫁人(낭요가인), 由他去(유타거)’란 대목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늘에서 비를 내리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고, 홀어머니가 시집을 가겠다고 하면 자식으로서 말릴 수 없다”는 뜻으로 불가항력적인 자신의 처지를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의 사퇴 압박 속에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심경을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다.

신정훈 기자 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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