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차세대 성장 동력 우주산업에 ‘올인’

총리가 전략본부장 맡아 개발·육성 진두 지휘
산업계도 정부지원 업고 중동 등 시장개척 박차
“2020년 달남극에 무인기지”… 中과 자존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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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주개발 및 관련 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정부와 산업계가 손잡고 우주산업을 반도체와 자동차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세계 최초의 우주범선 ‘이카로스’가 발사되고, 6월에는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가 무사귀환하면서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아시아 1위의 우주 강국’ 자존심을 놓고 중국과 벌이는 우주개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본 열도가 1주일간의 황금연휴로 들떠 있던 지난 5월 초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당시 내각부특명담당상(현 관방장관)과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베트남과 일본 언론들은 두 장관의 베트남 방문이 원자력발전소와 고속전철 인프라 사업 수출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의 베트남 방문 목적에는 원전과 고속철 외에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사업 제안이 포함돼 있었다. 일본의 인공위성 기술이 그 주인공이다. 두 장관은 베트남 정부 고관들을 상대로 1시간여에 걸쳐 일본의 인공위성 기술을 선전했다. 베트남은 자연재해가 심하기 때문에 국토 전체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정지궤도 위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파한 일본 민주당 정권의 ‘우주개발 세일즈외교’였다. 


◆ 우주개발 드라이브

일본은 세계에서 4번째로 인공위성을 발사했을 만큼 우주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정책적 드라이브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전시기 동서 양 진영이 군사적 목적으로 우주산업을 적극 육성했지만 2차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평화헌법에 따라 군사적 목적의 우주기술 연구개발이 어려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런 일본이 우주개발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 것은 2008년 5월 ‘우주기본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우주기본법은 우주개발 페러다임이 군사목적에서 민간 상업목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이 법에 따라 2008년부터 내각부에 ‘우주개발전략본부’(이하 전략본부)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전략본부는 일본의 우주개발과 관련 산업 및 기초기술 육성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현재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고, 센고쿠 관방장관과 마에하라 국교상이 각각 부본부장을 담당하고 있다.

전략본부는 지난 5월 ‘일본의 성장을 이끌 전략적 우주정책의 추진’이라는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우주개발이 일본의 차세대 성장전략의 하나로서 명확하게 자리매김돼 있다. 특히 우주를 ‘새로운 시장’으로 파악해 ‘개발에서 이용으로’의 정책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계와 민간산업계도 정부의 우주개발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일본의 우주과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략본부 산하의 ‘우주정책의 존재방식에 대한 전문가 회의’는 “우주산업의 시장규모를 2020년까지 14조∼15조엔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인공위성을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시켜야 하며, 우주 관련 예산을 일원화해 취급할 ‘우주청’을 창설해야 한다”고 제안해 일본 정부가 검토 중이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도 정부와 보조를 맞춰 ‘국가전략으로서의 우주개발 이용의 추진에 대한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의 정부와 학계, 경제계가 한목소리로 우주개발 촉진을 노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초의 우주범선 ‘이카로스호’와 기후 탐사위성 ‘아카쓰키호’를 탑재한 일본의 H2A-17호 로켓이 가고시마(鹿兒島)현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지난 5월 21일 발사되고 있다.
〈출처: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인공위성 수출 활기


일본의 우주산업 육성 의지는 인공위성 수출개척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산업계는 5년 후부터 아시아, 중동, 남미 국가에 연간 5∼10기의 소형 인공위성을 수출한다는 목표 아래 민관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일본 정부는 특히 베트남의 인공위성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총 사업비에 해당하는 300억엔의 차관을 베트남 정부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베트남 외에 다른 아시아 국가와 중동, 남미 등을 유망한 시장으로 보고 있으며, 8월 하순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페루 등에 미쓰비시전기와 NEC 등 민간기업 10사 이상이 참여하는 방문단을 파견해 인공위성 수주를 추진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8월 초에 우주개발 전략본부와 문부과학성, 경제산업성,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으로 태스크포스를 설치할 계획이다.

일본이 주력하고 있는 소형 인공위성의 가격은 1기당 50억∼60억엔이지만 이에 동반하는 수신기 등 관련기기가 200억∼300억엔에 달한다. 세계 위성 관련 사업의 시장 규모는 2008년 기준 1400억달러이며, 해마다 14% 정도 증가하고 있는 유망시장이다.

우주산업의 기반이 될 우주선 발사계획도 쏟아지고 있다. 전략본부는 지난 5월 25일 4000억엔(약 5조6000억원)을 투자해 2020년 달 남극에 무인 탐사기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2014년 소행선 탐사선인 ‘하야부사 2호’를 발사하고 2015년에는 암석을 채취해 분석할 수 있는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킬 방침이다.

◆중국의 무서운 추격

일본이 우주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선 데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 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우주기술 선진국으로 꼽혀 왔지만 1990년대 버블경제가 붕괴하면서 관련투자가 지지부진했다. 특히 중국의 무서운 추격에 일본 정부와 업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우주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인 휴트론이 발표한 ‘우주경쟁력의 국가별 지수’에 따르면 중국은 2008년 4위를 차지했고, 일본은 7위로 추락했다. 깜짝 놀란 일본이 부랴부랴 전략본부를 창설해 우주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2009년에는 일본이 중국을 5위로 밀어내고 다시 4위를 탈환했다.

일본의 우주산업 전문가들은 휴트론이 정부정책과 인적자원, 산업기반 등 세가지 측면에서 점수를 매겨 총점으로 순위를 내는데, 일본은 정부정책 부문에서만 중국을 앞설 뿐 인적자원과 산업기반에서는 중국에 근소하게 뒤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일본과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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