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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토리엄 선언 성남시, 빚 안 갚나 못 갚나

입력 : 2010-07-18 20:43:24 수정 : 2010-07-18 20: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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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청사 건립 등 무분별한 지출로 재정 건전성 악화
경기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조성을 위한 판교특별회계에 빌려 쓴 돈 5200억원을 단기간에 갚을 수 없다며 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까지 판교신도시 사업비 정산을 끝내고 신도시 주변에 도로를 건설하는 등 공공사업을 진행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판교신도시 조성 사업비 정산이 이달 중 완료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국토해양부 등에 5200억원을 내야 하지만, 현재 성남시 재정으로는 이를 단기간 또는 한꺼번에 갚을 능력이 안 돼 지급유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성남시는 전임 이대엽 시장 집행부가 지난 4년간 판교특별회계에서 5400억원을 전출해 신청사 건립과 공원로 확장 공사 등 불요불급한 거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7월13일자 기사

세금 담보로 마구 빚낸 것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이 12일 성남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판교신도시 조성을 위한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돈 5200억원을 단기간에 갚을 수 없다”며 지급유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화 청사 논란을 빚은 성남시가 결국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모라토리엄이란 지급을 유예하는 것으로, 빌린 돈을 당장 갚을 능력이 없으니 시간을 달라는 의미다. 모라토리엄은 언젠가 빚을 갚겠다는 의지는 있는 것이어서 ‘빚을 아예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는 디폴트와 다르다.

성남시의 경우 LH에 내야 할 돈 5200억원을 갚지 못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역사가 길지 않고 지방의 재정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중앙정부에서 이를 서둘러 진화하거나 통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시민들 손으로 지자체 대표가 선출되면서 각 지자체장들은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대규모 사업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했다. 성남시에서 건립한 호화 청사 역시 그러한 사례다.

무리한 사업과 투자는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악화시켰고 적자 재정, 이를 메우기 위한 채권 발행으로 이어졌다. 앞으로 거둬들일 세금을 담보로 마구 빚을 낸 것이다. 성남시 모라토리엄 문제는 한 지자체의 재정 문제를 넘어 지방자치제도의 부작용으로까지 확대된다. 성남시 외에도 재정건전성 악화로 시름에 빠져 있는 지자체들이 즐비하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성남시의 문제가 다른 지자체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시민이 허리띠 졸라매야

성남은 경기도 31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재정자립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조사에서 성남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별 재정자립도에서도 9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성남시는 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는 풍부한 인구와 경제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됐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성남시의 양호한 재정자립도를 근거로, 충분히 갚을 수 있는 빚을 일부러 갚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일부에선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 시점에도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번 선언이 있기 전 성남시는 6·2 지방선거를 통해 시장을 선출했다. 기존 시장을 밀어내고 새로운 야당 소속의 후보가 당선됐다. 새롭게 선출된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성남시의 재정 악화 문제를 거론하며 전임 시장을 공격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번 모라토리엄 선언이 ‘정치적 의도가 깔린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즉, 이 선언을 통해 재정 악화 문제를 과거 시장의 책임으로 돌리고 자신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계산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문 역시 성남시의 재정 악화라는 당면한 이슈를 희석시키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김민성 비상교육 연구원
정치적 의미가 어떻든 새롭게 선출된 시장은 균형재정 달성에 시정의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성남시장은 논란이 됐던 호화 청사를 민간에 팔고 무리하게 계획됐던 투자와 사업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연히 성남시가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가 줄어들게 되었다. 지방정부가 과거에 벌인 무분별한 지출 때문에 시민이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강 건너 불구경’ 아니다

얼마 전 그리스에서 발생한 재정위기 문제가 남유럽 전체로 확산,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 일이 있었다. 성남시의 경우 소규모 지자체지만 만약 성남시에서 벌어진 재정 문제가 다른 지자체에도 전이된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09년 지자체 통합재정수지에서 7조1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으며, 증가 지출에 대한 조정과 세입 여건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올해에는 재정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성남시 문제가 특정 도시 문제만이 아닌 국가 전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붙잡기 위해 전시성 사업에 매달리기보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실 있는 지자체 경영에 힘써야 할 것이다.

김민성 비상교육 연구원

<생각해 볼 문제>

1.모라토리엄이란 무엇인지 설명해보세요.

2.성남시 문제를 통해 불거진 지방자치제도의 부작용은 무엇인지 설명해보세요.

3.성남시의 재정 악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설명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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