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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강경일변도 대북정책 딜레마… 北은 “대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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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11 23:20:45 수정 : 2010-07-11 23: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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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으로 ‘천안함 정국’이 일단락되면서 남북 양측은 갈림길에 섰다. 남한은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른바 ‘천안함 출구전략’ 필요성이 제기된다. ‘주범 낙인’을 피한 북한은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여유롭게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평화협정 체결, 비핵화를 입에 올리며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남북 유엔대사 회견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어느 쪽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아전인수식 해석을 낳고 있다. 박인국 유엔주재 한국 대사(왼쪽)가 9일(현지시간) 안보리 기자회견에서 의장성명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같은 날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 대사도 의장성명 채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南 ‘출구전략’ 모색, 기대에 못미친 성과…정부 입지 좁아져
남북 견해차 커 수위조절도 쉽지 않을 듯

안보리 의장성명으로 남측은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 지렛대를 잃었다는 평가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의 도발로 규정하고 외교적인 역량을 총동원했지만, 안보리의 결론은 기대에 못 미친 게 사실이다. 안보리 의장성명에서 ‘도발의 주체’가 명시되지 않은 게 결정적이다.

이로써 강경으로 치닫던 대북 정책은 전기를 맞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즉각 ‘천안함 출구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안보리에만 매달린 외교 방식이 힘을 잃은 만큼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을 비롯한 북한 관련 어젠다들을 함께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장선에서 단절과 제재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북측이 유감 표명이라도 했던 금강산 사건과 달리 천안함 사건은 남북 간 시각차가 워낙 커 대화의 물꼬를 트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과 마찬가지로 천안함 사건도 정부가 힘을 쓸 여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면서 “결국 미중, 북미 간 관계 설정에 따라 엉킨 실타래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반도 주변의 역학구도를 고려할 때 우리 정부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진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군사적 보복을 거론하며 대북제재 조치에 힘를 쏟았던 군의 입장은 곤혹스럽다. 그동안 군 당국은 서해상에서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대북 확성기 방송, 대북 전단지 살포 등을 안보리 조치 이후에 시행할 것이라며 미뤄왔다.

그러나 모호한 안보리 의장성명으로 ‘작전 이행’은 불투명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11일 “(의장성명의) 전체적인 문맥상 ‘북한의 책임’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행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군 내부에서조차 대북 조치 의 수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北 ‘평화 공세’ 전환, 천안함 위기 탈출…6자회담 재개 압박
"南, 先핵폐기 원칙 고수 땐 파멸" 위협도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으로 북한은 한결 숨통이 트인 형국이다. 의장성명 내용을 근거로 6자회담 재개에 적극 응하겠다는 여유까지 보였다.

의장성명에 공격 주체로 북한을 적시하지 않음에 따라 천안함 국면에서 빠져나갈 여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0일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남조선 당국이 천안호 침몰 사건을 유엔안보리에 상정시켰으나, 이사회는 아무런 결의도 채택하지 못하고 똑똑한 판단이나 결론도 없는 의장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결속했다”고 평가했다. 안보리에서 천안함 문건을 채택할 경우 무력대응 등을 경고했던 이전에 비해 상당히 온건해진 입장이다.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의장성명이 조선반도의 현안 문제들을 ‘적절한 통로들을 통한 직접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장려한다’고 한 데 유의한다”며 “우리는 평등한 6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 재개의 주도권을 쥐고 남한 정부의 ‘선천안함 후6자회담’ 원칙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11일 “북한이 의장성명을 천안함 국면을 벗어나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모멘텀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10일자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정부의 ‘선핵폐기’ 원칙에 대해 “남조선 당국의 범죄적인 원칙고수론으로 얻을 것은 파멸밖에 없다”고 남한을 압박했다.

그러나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경제난 극복이 시급한 데다 9월 초로 예정된 노동당 대표자회, 10월 노동당 창건 65주년 등 국내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어 북한이 먼저 도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양 교수는 “남한의 대북 심리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재개된다면 ‘한반도 안정’을 강조한 의장성명 위반 논란과 함께 북한이 맞대응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병진, 조수영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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