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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권 손에 쥐고 무소불위 권력… 사실상 판사역할까지

입력 : 2010-05-13 00:38:08 수정 : 2010-05-13 00: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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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혐의 충분해도 불기소 처분 가능
최고 사정기관 지위 보장… 견제장치 없어
독일선 일정요건 되면 무조건 재판 넘겨
■검찰청법이 규정한 검사의 의무와 신분 보장

●제4조 ②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7조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이나 적격심사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또는 퇴직의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

검사만이 형사사건 피의자를 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한 ‘기소독점주의’와 기소 여부 결정을 검사 재량에 맡긴 ‘기소편의주의’는 우리나라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뒷받침하는 두 기둥이다. 검찰 개혁의 성패는 이를 얼마나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사가 ‘무죄’ 구형하기도=12일 검찰에 따르면 기소독점주의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해 수행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246조를 근거로 한다. 국가기관인 검사만 형사소추를 할 수 있다는 뜻에서 ‘국가소추주의’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 수사기관은 검찰 말고도 경찰, 국가정보원 등 여러 군데가 있다. 국세청,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청 등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일부도 특별법에 따라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받아 수사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죄 피의자를 재판에 넘겨 처벌을 받게 하는 건 전적으로 검사 몫이다. 경찰이 피의자를 붙잡아 기소의견으로 송치해도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기소독점주의는 검찰에 ‘최고 수사기관’ 지위를 보장한다.

물론 기소독점주의에도 예외가 있다. 검찰이 불기소로 결론 낸 사건을 법원이 다시 심사해 직권으로 기소하는 ‘재정신청’ 제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재판이 이뤄져도 피고인 공소 유지는 다시 검찰 몫이 된다. 불기소 결정을 통해 무죄 ‘심증’을 내비친 검사가 피고인 유죄 입증에 적극적일 리 없다. 재정신청 사건 공판에선 검사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는 식으로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거나, 아예 피고인에게 무죄를 구형하는 광경이 비일비재하다.

◆“사실상 판사 역할까지 해”=기소편의주의는 “검사는 형법 51조의 사항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소법 247조에 근거를 둔다. 형법 51조는 범죄자 형량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 지능, 환경 ▲범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참작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범죄 혐의가 충분하더라도 검사가 피의자 본인과 주변의 여러 특성을 고려해 불기소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무죄 판단과 양형은 원래 법원 업무인데, 검찰이 이를 대신하는 셈이다. 한 검찰 간부는 “우리나라 1심 유죄율이 99%에 이르는 건 검찰 단계에서 그만큼 엄선해 기소하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검사가 판사 역할까지 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소편의주의는 “형사사건이 검사의 자의적 판단이나 정치적 압력에 좌우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1995년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12·12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불기소한 게 대표적이다. 독일에서는 범죄 혐의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재판에 넘기는 ‘기소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경력 8년차의 한 변호사는 “검찰 권력의 핵심은 어떤 사건을 기소할지 말지 전적으로 자기들끼리 내부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기소법정주의를 택해 일정한 요건이 되면 무조건 기소해 법원 판단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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