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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농촌, 가장 위험한 작업장] “하루 3~4시간 일할 때마다 기침 나고 숨 턱턱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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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28 20:06:44 수정 : 2009-09-28 20: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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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서 오리축사 운영하는 이상욱씨
지난 14일 충북 충주시 주덕읍. 6300여마리의 오리를 키우는 이상욱(64)씨는 비지땀을 흘리며 축사 3개동을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왕겨, 톱밥 등이 깔려 있는 2000㎡ 남짓 되는 축사 내부를 돌며 오리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고, 사료와 자동 물 지급기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축사 내부를 살피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자 오리 분비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자극했다.

◇이상욱씨가 오리 축사 내부의 자동 물지급기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씨는 하루 3∼4번 축사 일을 하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을 때가 많아 폐포염증, 기관지염 등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다.
축사 위에는 커다란 팬이 설치돼 있었지만 전기료를 아끼느라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환기가 안 된 축사는 습하고 후텁지근한 열기로 가득했다.

“냄새가 심하죠? 우리 같은 사람이야 매일 맡는 게 일이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냄새 때문에 가까이 오지도 못하더라고요.”

축사 냄새에 익숙하다고는 했지만 이씨는 작업 중간 중간 간헐적으로 기침을 해댔다. 작업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침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축사 안에서 일을 할 때 푸른색 방제복을 착용하지만 정작 마스크는 쓰지 않은 탓이다. ‘평소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하루 3∼4번꼴로 축사 안에서 작업을 하고 한번 일을 시작하면 1시간 넘게 있는데 마스크를 쓰면 숨쉬기도 힘들고 갑갑해서 잘 안 쓴다”고 대답했다.

기침은 축사 바닥에 왕겨나 톱밥을 까는 작업을 할 때와 다 자란 오리를 출하할 때 가장 심하다. 특히 바닥작업 때는 각종 미세먼지와 오리털뿐 아니라 왕겨, 톱밥 등이 날려 축사가 뿌옇게 흐려질 정도다. 한번 시작하면 3시간가량 소요되는 바닥작업 동안 이씨는 축사를 떠돌아다니는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된다.

“축사에 들어갔다 오면 목이 따끔거리고 숨쉬기도 힘들죠. 그래도 참고 일하는 수밖에 없어요. 심해지면 약국에서 기침약 사먹는 정도예요. 병원은 갈 생각도 안 해요.”

이씨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기침은 사실 천식이나 폐포염증, 만성 기관지염 등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이 원인이다. 이씨는 하루 3∼4시간씩 유해물질을 마시고 있는 셈이다.

농촌진흥청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이 2006년부터 2년간 이씨 축사의 미생물 분포 정도를 조사한 결과 총 박테리아 수치가 35만CFU/㎥에 달했다. 이는 1㎥에 세균 35만마리가 살고 있다는 뜻으로, 환경부의 실내오염 권고기준인 800CFU/㎥의 437배에 달하는 것이다. 또 곰팡이 13만CFU/㎥, 엔도톡신 877.27CFU/㎥, 그람음성박테리아 9만8000CFU/㎥ 등 대부분의 유해물질이 권고기준을 9∼162배 초과했다.

이 중 인체에 해를 끼치는 독소로 분류되는 엔도톡신은 천식·폐포염증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오리 사육 단계별로 엔도톡신의 공기 중 평균농도를 비교해보면 바닥작업 때가 2561EU/㎥로 가장 높았고, 출하 전 515.5EU/㎥, 출하중 351.1EU/㎥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에서 엔도톡신 농도는 실내 3.32EU/㎥, 실외 4.07EU/㎥과 비교하면 최고 771배가량 높은 수치다.

이외에도 디젤엔진에서 생기는 디젤연소물질, 각종 연료 사용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오리의 분비물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 등이 제안기준을 초과해 나타났다.

노동환경연구소 이윤근 연구원은 “동물의 분비물과 사료가 합쳐진 축사 환경은 각종 유해물질로 넘쳐난다. 특히 엔도톡신은 천식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장시간 엔도톡신에 노출된 작업자는 심한 기침을 호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해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농촌 작업장은 비단 오리 축사만이 아니다.

소·돼지를 키우는 농가도 대부분 총 부유세균·곰팡이 수치 등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훼 하우스에서 발생하는 화분, 버섯 하우스의 포자 등도 작업자의 호흡기 건강에 치명적이다.

이윤근 연구원은 “축사, 화훼·버섯 하우스 등은 호흡기 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된 작업장”이라며 “적절한 작업복과 호흡 보호구의 지급 및 착용이 시급하며 샤워시설 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안용성·엄형준·조민중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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