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14억㎦나 되는 물이 있지만 그 중 인간이 쓸 수 있는 담수는 2.5%밖에 안 된다. 나머지 97.5%에 이르는 바닷물은 염분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수자원 고갈이 당장 코앞에 닥친 문제가 되면서 바닷물이라도 끌어쓰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해수의 염분을 없애는 담수화의 선두주자는 중동과 아프리카 북부 산유국이다. 이 일대 담수화 생산량은 전 세계의 75%에 이른다. 풍부한 원유 수입, 값싼 에너지, 느슨한 환경규제, 만성적인 가뭄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사우디아라비아 해안도시 주베일에는 담수화 공장이 줄지어 있다. 이곳의 생산량은 전 세계 담수화 생산량의 17%에 이른다. 이 물은 320㎞ 길이의 파이프를 지나 수도 리야드의 가정집으로 배달된다. 사우디는 34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입해 201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담수화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현재 세계 최대 담수화 공장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있는 제벨 알리 공장이다. 연간 최대 생산량은 3억㎥ 정도다.
수년째 가뭄에 시달리는 미국 서부와 호주 빅토리아주 등지에서도 담수화에 가속이 붙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건설 논의 중인 공장만 20여개. 당국은 2025년이 되면 바닷물이 가정용수의 주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멜버른은 31억호주달러(약 3조원)를 들여 2011년까지 연간 1500억ℓ(약 1억5000만㎥)의 바닷물을 거를 수 있는 담수화 공장을 짓는다.
하지만 담수화 작업에 부정적 평가도 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환경오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담수화 찌꺼기는 염분이 너무 많아 해양 생태계에 독이 될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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