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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남긴 것들… 각박한 세상 용서와 사랑하는 법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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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20 19:10:50 수정 : 2009-02-20 19: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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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보다 도덕·정신적 가치 소중하게 여겨
가난한 자 보듬고 생명존중 정신 온몸 실천
전란과 빈곤,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도 사랑과 용서, 화합의 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한 김수환 추기경. 그는 20일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고 천국으로 떠나갔지만, 고인이 남긴 사랑의 메시지는 진한 여운이 되어 세속인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선종 후 김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으로 이어진 추모행렬은 그의 무게와 크기를 가늠케 해 줬다. 추기경을 떠나보내는 걸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몸부림이었다.

지난 16일부터 시민 조문이 끝난 19일까지 명동성당을 찾은 인원은 38만7420명에 이른다. 이날 장례미사에도 1만여명이 명동성당 주변에 몰려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추모기간 남녀노소, 종교와 종파를 가리지 않은 추모객은 새벽부터 자정까지 명동 일대를 가득 메웠다.

추기경의 장례가 마치 국민장처럼 치러진 것은 추기경의 삶이 우리에게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제위기가 닥친 후 많은 이들은 절망하고 좌절했다. 먹고 사는 문제만이 아니다. 물질이 우선시되는 개인의 삶과 사회 풍토에서 오는 상실감이었다.

김 추기경은 87년의 삶을 통해 세상의 사랑과 평화를 소망했고 모든 사람을 축복했다. 절대주만을 의지한 채 정신·도덕적 가치를 위해 살아온 김 추기경의 삶은 세속인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궤적이었다. 그런 그가 남긴 통장에는 고작 1000여만원이 들어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그 잔고마저도 모두 나눠주고 갔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인간이 돈만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두 경제적 부만 쫓아 산다”며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돈 이외 도덕과 정신적 가치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품고 있었고 김 추기경의 선종을 계기로 그러한 감정이 일순간 분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각막을 기증하며 사랑과 생명존중을 몸으로 보여준 모습은 영원히 국민들 속에 살아 남았다.

연예인 등 유명 인사는 물론 시민들까지 장기기증에 앞다둬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등에는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민주화 과정 등 격동의 세월 속에서도 항상 약자를 보듬으며 용서와 화해를 강조한 고인은 특히 정파와 이념의 갈등이 심한 우리 사회에 엄중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화해하고 보듬고 사랑하라고.

김호기 교수는 “김 추기경이 갖는 상징은 가톨릭 추기경 이상이었다”며 “보수와 진보가 치열하게 맞서는 지금,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국민 다수가 김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는 것은 통합과 화해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 지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주 기자, 유선희·조은님 인턴기자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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