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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서 더 빛나는 푸르름, 이 땅의 기개는 살아 있다

입력 : 2009-02-05 17:31:46 수정 : 2009-02-05 17: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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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금강송’ 당당한 위용 접하고…
경북 울진. 강원도에서 경북으로 편입된 지 반세기가 안 된 때문일까. 울진은 경북의 어느 고장답지 않은 곳이다. 울진은 아직 강원도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근처의 안동과 영주처럼 전통의 모습을 드러내는 곳도 아니다. 포항과 영덕처럼 본격적인 발전의 궤도에 올라선 것 같지도 않다.

울진은 경북의 ‘기운’과 강원의 ‘힘’을 엮어서 이어주는 고장이다. 위치부터가 그러하다. 경주에서 시작돼 포항과 영덕을 거쳐 전해지는 경북의 ‘여유’, 고성에서 시작돼 강릉과 삼척을 통해 전해지는 강원 동해안의 ‘젊음’. 두 감성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다.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의 위엄

겨울이라 동해안 해산물의 간질간질한 맛이 유혹하지만, 울진 여행의 매력은 역시 ‘금강송’(金剛松)이다.

금강소나무는 한없이 곧고 길다. 울진군청에서 출발해 이웃 봉화를 향해 36번 국도를 30분 달리면, 금강송 군락지가 겨울 나그네를 반긴다. 36번 국도는 5공화국 시절 청와대 고위층의 명에 따라 공병대가 포장도로를 만든 곳이라고 군청 직원은 설명한다. 36번 국도에서 917번 지방도에 조심스레 들어서자, 때마침 내리는 옅은 눈발이 금강송의 붉은 빛을 대비시켜 준다.

주말을 이용해 지역을 둘러보는 울진군 부군수를 잠시 만났을 뿐, 눈 내리는 겨울 산행에 나선 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울진 서면 소광리 일대는 강원 삼척, 경북 봉화와 함께 이 땅의 대표적인 금강송 보금자리다. 금강송 군락지는 10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일반인을 상대로 완전 개방되지만, 겨울에 찾더라도 개별적으로 금강송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금강송, 슬픈 역사 견뎌온 거목

이 땅의 기개를 상징하는 ‘소나무 중의 소나무’이지만 금강송의 역사가 온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임진왜란 등 수시로 발생한 외침은 물론, 일본 강점기 시절만 하더라도 금강송은 비극을 겪었다.

오죽했으면 그 시절 봉화의 춘양역을 통해 일본으로 실려 나가 금강송을 ‘춘양목’이라 불렀겠는가. 금강송은 ‘황장목’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황장(소나무의 속 부분, 심재부)이 일반 소나무에 비해 단연 넓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소나무의 제왕’인 금강송을 보호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간절했다.

조선 숙종은 금강송 보호를 위해 이곳의 입산을 금지했고, 해방 이후인 1959년부터도 민간인의 출입을 제한했다. 민간인 출입이 허용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군락지를 살펴보니 500살이 넘었다는 ‘할아버지 금강송’이 후손들과 이웃하며 겨울 추위를 버텨내고 있다. 곧은 줄기와 단단한 목질이 오랜 세월을 견뎌냈을 것이다. 저 금강송의 인근에서 자라던 나무들이 이 땅의 전통을 알려주는 조선의 궁궐과 봉정사 극락전, 경복궁 복원의 자재가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금강송은 역사의 이음매가 됐을 것이다.

#사랑바위의 전설과 불영사의 겨울

금강송에서 한껏 기운을 얻고 나오자, 36번 국도 인근의 서면 삼근리 ‘사랑바위’가 겨울 여객의 눈길을 끈다. 절벽을 앞에 두고 4m 높이의 바위가 몸통 하나에 머리 두 개를 하고 있다.

사랑하는 이들이 안고 있는 모습이니, ‘사랑바위’라는 이름은 제대로 지은 셈이다. 적송을 비롯한 오랜 소나무들이 주변을 감싸고, 절벽 아래 물이 흘러 운치마저 있다. 절경에 취한 이들이 잠시 쉬어가기를 원한 것인지, 군청은 이곳에 슬픈 전설을 안내판에 설명하고 있다.

“…천애고아가 된 오누이가 서로 의지하며 약초 캐는 일로 연명한다. 하지만 오라비는 삼지구엽초를 구하다가 실수로 벼랑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통곡하며 울던 누이도 절벽을 뛰어내려 숨졌고, 통곡 소리는 산천을 울렸다. 이후 통곡소리가 들리던 산은 ‘통고산(통곡산)’으로, 오누이가 떨어질 때 흘린 피는 소나무를 적셔 껍질과 속까지 붉은 ‘울진소나무(적송)’가 됐다 ….”

사랑바위의 전설을 접하며 ‘애절한 사랑 바이러스’ 하나 전신에 퍼지게 하고, 비구니들만 거주하는 불영계곡의 불영사를 찾는다.

이곳에는 맑은 날에는 절의 서편에 부처의 형상을 한 바위가 못에 비친다. 그래서 ‘불영사’(佛影寺)다. 아늑함과 고요함이 산사의 주변을 감싼다. 겨울 해가 넘어가서인지 호젓한 분위기는 더하다.  문의: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3

울진=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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