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대학교육의 미래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우리나라 대학시스템은 하나를 바꾸면 모든 것이 다 바뀌도록 서로 엮여 있어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700명인 카이스트 입학생을 세계 유수 과학대학 수준인 1000명으로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다른 대학들이 수업료 더 받으려고 학생 수를 늘려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카이스트만 정원을 확대하느냐’며 안 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사립대들이 학생 수를 늘리려고 하지만 정부가 지방대의 반발을 우려해 꺼리는 게 바로 결합 시스템의 문제점이라고 설명했다.
서 총장은 이어 “우리나라 사립대 수업료가 미국 사립대의 4분의 1 정도 수준이지만 교수 연봉은 비슷하다”면서 “수입은 적고 지출은 비슷한데 어떻게 미국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21세기에는 과학기술자들이 좋은 연구를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안 나오면 경쟁을 할 수 없다”며 “올해 교원 수를 늘리고 싶었지만 정부가 거절했다. 어렵더라도 투자할 땐 투자하고 깎을 땐 깎아야 한다”며 정부의 대학교육 정책을 비판했다.
사교육 문제도 꼬집었다. 1점 차로 합격·불합격이 갈리는데, 부모들이 1점을 위해 ‘전혀 비교육적인’ 사교육을 시킨다는 것. 서 총장은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카이스트는 면접으로만 학생들을 뽑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성적과 인성 양축을 균형 있게 고려해 창의성, 사회성, 자기 독립성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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