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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속여성]장 바티스트 그뢰즈 作 -깨진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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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3-16 11:24:00 수정 : 2007-03-16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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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이란 남녀 모두 적용해야 하는 잣대 18세기에 명성을 자랑한 화가들은 궁정화를 주로 그렸지만 그뢰즈는 일반 서민의 생활을 묘사하는 데 힘썼다. 도덕적인 주제와 실크나 레이스 등 섬세한 질감 표현은 그뢰즈를 대중 화가로 부상시켰다. 즉 보통 사람의 갈등과 애환을 고급스럽게 표현함으로써 서민들의 보상심리를 충족시켜 준 것이다.
‘깨진 거울’ 역시 그런 작품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젊고 아름다운 한 여인이 화장대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깨진 거울을 발치에 둔 여인의 모습은 절망적이고 슬퍼 보인다. 만화처럼 말 풍선을 단다면 “내 인생은 이제 끝났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자세히 살펴보니 옷 매무새가 흐트러져 있다. 주변 분위기도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여인은 막 순결을 잃은 참이다.
거울은 처녀막을 상징한다. 그리고 당시 중상층 이상 여성의 처녀성 상실은 사회적 매장을 의미했다. 그림은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선 한 여인의 후회를 그렸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렇듯 위기에 처한 여성의 그림이 당시 남성들에게는 ‘음란한 관심거리’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당시 이런 유형의 상실은 오로지 당사자만의 고통이었다. 남성은 여성의 처녀성을 빼앗는 데 거리낌이 없었으며, 혼인을 빙자해 여성을 범해도 응징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죄를 짓지 않고도 죄의식에 차 있는 여인을 타락한 여인 보듯 하는 것이다. 반면 남성이 동정을 잃어 괴로워한다거나 자책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여성에 대한 보수적이며 가학적인 당시 사회의 전형적 관습이었다.
지금도 이런 관습은 계속되고 있다. 깨진 거울을 다시 붙이기 위해, 즉 처녀막 재생술을 받으러 병원을 찾는 여성들의 발길이 그 증거다. 저 먼 어떤 나라에서는 성폭행으로 처녀막을 상실한 한 여인이 가족으로부터 “더럽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죽임을 당했다. 사람들은 그 여성들이 처한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분노하기보다 그녀들이 ‘순결’하지 않다고 손가락질하는 것이다.
처녀막 재생술을 받는 이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에서, 순결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했음을 느낀다. 한 방송사와 여론기관이 혼전 순결에 대해 조사한 결과 “꼭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49.2%나 됐다고도 한다. 그러나 ‘처녀막’이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순결이라는 개념도 온당히 해석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순결. 사전을 찾아보면 깨끗하다는 의미가 첫째이며, 마음에 사욕이나 사념 따위가 없음이 두 번째, 마지막이 이성과 육체관계가 없음을 뜻한다. 즉, 순결이란 단지 처녀막의 문제가 아니며, 정신과 육체 모두의 범주이자 남녀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www.brea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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