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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전'과 '거짓말'로 물든 2009년 '예능 프로'

입력 : 2009-12-30 09:58:38 수정 : 2009-12-30 09: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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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요즘 예능 프로그램은 정말 강심장 아닌 사람은 못 볼 것 같다. 저런 얘기를 방송에서 해도 되나 싶어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7년 만에 캐나다 이민 생활을 접고 국내 연예계로 컴백한 개그우먼 이성미가 한 말이다. 갈수록 예능 프로그램은 자극적이고 과감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 예능 프로그램은 유독 폭로전으로 물든 한 해였다. 게스트들의 폭로전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실명 공개에 가까운 발언으로 타 연예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의 우려도 낳고 있다. '교제했던 여자 연예인이 20명이 넘는다', '10년 전 활동 당시 톱스타와 사귀었는데 그 분은 현재 싱글이다', '우리 팀의 멤버 한명은 여자 킬러였다' 등의 발언이 그 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 자극적인 이야기만이 시선을 끌 수 있다는 공식은 아직 팽배하다. 
 
◆ 나 000랑 연애했다…과거 연인 릴레이 폭로

과거 그룹 '투투' 멤버였던 황혜영은 12월 초 SBS '강심장'에 출연해 "10년 전 당대 최고의 남자 가수와 열애했다"고 밝혀 추측과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그는 "R.ef, 솔리드, 서태지와 아이들, 소방차 멤버 중에 한 명"이라는 말까지 곁들어 네티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동시에 눈총을 받아야 했다. 결국 황혜영은 며칠 뒤 자신의 미니홈피에 "십 수년 전의 일로 이슈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없고 상대분께 피해를 주겠다는 마음은 더더욱 없다"며 "추측과 악플들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것만은 말씀드리겠다. 서태지 씨와 성대현 씨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러한 과거 폭로는 진실게임 공방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월 초 배우 김세아는 ‘구애’로 구설수에 올랐다. 김세아는 KBS 2TV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에 출연해 “MBC드라마 '다모'에 출연했던 인기배우 김모 씨가 과거 내 집 앞에서 밤새 구애했었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일었다. 드라마 명과 이니셜까지 공개해 실명을 거론한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으로 그 주인공이 네티즌들에 의해 드러나며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상대남으로 지목된 배우 김모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 메인에 "정신 좀 차리세요. 내가 혹시 치매?"라는 글을 올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네티즌들은 "멀쩡한 배우를 한 순간에 스토커같은 사이코로 만들었다"며 "방송에 나와 지난 과거를 얘기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발언들이 비판의 시선을 받는 이유는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과거 연인'으로 밝혀지는 제3의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연인이 기혼일 경우 가정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는 우려와 함께 당사자가 아닌 이들까지 화제 선상에 오르내려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과거 연애 경력을 자랑하듯 공개하는 것은 연예인을 떠나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달갑지는 않은 일이다.
  
◆ 위기 모면하려다…거짓말로 얼룩진 방송가

한편, SBS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하 스타킹)는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다 더 큰 화를 불렀다. '스타킹'은 지난 7월 방송에서 "3분 만에 출근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일반인을 출연시켰고 이 출연자는 자신이 개발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기상부터 정장을 입고 출근할 때까지 3분이 채 안 걸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방송 직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일본 TBS에서 방송된 '시간단축 생활가이드쇼'의 '5분 출근법'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이에 방송 관계자는 언론 매체를 통해 "출연자가 개인적으로 구상해 온 아이디어"라며 "사전에 비슷한 형식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출연자에게 잘못을 돌리며 해명을 했으나 이는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3분 출근법' 출연자가 직접 나서며 "제작진이 일본 동영상을 보여주며 비슷하게 할 것을 권유했고, 따로 연습을 시켜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것. 이에 방송국 측은 "해당 연출자를 즉시 교체하고 연출 정지 징계를 했다"고 뒤늦게 표절 사실을 시인했으나 결국 시청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난을 당했다.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유 모씨는 지난 9월 케이블채널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와인을 사주는 '와인오빠', 시험 공부를 도와주는 '시험오빠' 등 400여명의 오빠를 두고 있다”며 현실 속의 '공대 아름이'로 출연했다. 하지만 방송 이후 각종 의문의 쏟아지자 시청률을 의식한 방송사의 의도적인 진행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씨는 “학과 남자 수가 400명인 것이지 사실 연락하는 사람은 얼마 없다”며 “작가분이 대본을 주며 그대로 하라고 했다. '와인오빠도'도 없고, 어장관리라는 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작진 측은 “3번의 미팅을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유씨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대학생인 이 모 씨는 KBS 2TV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에 출연해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낳았다. 이후 “대본대로 따른 것일 뿐”이라는 이씨의 주장과 “대본은 없었다”는 제작진의 해명은 ‘책임 돌리기’ 양상으로 비춰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루저’ 발언은 사회적 이슈로 이어지며 각종 패러디물을 양산했고 이 같은 논란으로 ‘미수다’ 제작진은 전면 교체됐다. 이씨는 “인터넷 상에 많은 사적인 정보와 루머, 악플 때문에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저 때문에 아무 죄 없는 가족들과 친구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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