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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찾은 유가족 부럽기까지”…미수습자 가족들 '악몽같은 나날'

입력 : 2016-04-10 19:53:31 수정 : 2016-04-11 07: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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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상) 아물지 않는 상처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5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딸 조은화양의 시신을 아직도 못 찾은 이금희씨가 애끊는 모습으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진도=하상윤 기자
꿈을 꾸었다. 2년 전 세월호를 타고 여행을 떠난 뒤 소식이 없던 딸 은화를 그제야 만난다. ‘나는 엄마 되게 보고 싶었는데, 엄마는 나 안 보고 싶었어?’ 은화는 처음에는 교복 차림으로, 그다음에는 평상복을 입은 몇 년 전 모습으로 나타나 깡총깡총 뛰어다녔다. 엄마는 하염없이 되뇐다. “다행이다. 험한 모습으로 안 나타나 줘서 정말 다행이다.”

꿈에서 깨어난 현실이 더 악몽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유가족이 얼마나 부러운지 아느냐”고 반문한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를 탔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조은화·허다윤양과 박영인(이상 17)·남현철(16)군, 교사 양승진(57)·고창석(40)씨, 일반인 승객 권재근(52)씨와 혁규(6)군 부자, 이영숙(51·여)씨의 시신을 아직도 수습하지 못한 가족들이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11일 앞둔 5일 오후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에서 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인 이금희씨가 현수막에 인쇄된 딸(왼쪽 첫 번째)의 얼굴을 보고 있다. 진도=하상윤 기자

“시신 수습 첫날에는 엄마들이 내 자식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에어포켓에 생존해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사흘 뒤부터는 시신을 찾아 달라고 난리였어요. 닷새째부터는 수습된 시신에 상처가 부패한 모습이 보이니까 ‘얼굴만이라도 멀쩡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열흘이 지나면서는 내가 마지막일까봐 무서워졌어요. 그 공포를 지금 721일째 견디고 있는 거예요.”

지난 5일 전남 진도 팽목항 분향소 옆 임시 거주지. 건강이 악화해서, 어린아이가 있어서, 연로한 부모가 투병 중이어서…, 다른 가족들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떠난 자리를 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권재근씨의 형 오복씨와 지키고 있었다. 이씨는 “내 아이(은화)가 있는 데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며 팽목항에 남아 있는 이유를 설명한 뒤, 특히 은화 오빠를 언급하면서 “내가 지금 포기하면 엄마라는 사람은 ‘자기가 힘들면 아들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데, 그게 더 무섭다”고 토로했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 오는 16일로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는다. 자녀, 부모 등을 잃은 유가족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특히 아직껏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은 악몽 같은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미수습된 조은화(17·단원고 학생)·허다윤(〃)양, 박영인(17·〃)·남현철(16·〃)군, 양승진(57·단원고 교사)·고창석(40·〃)씨, 권재근(52)씨와 아들 혁규(6)군, 이영숙(51·여)씨.
이씨는 높은 파도와 비바람에 행여 인양 작업이 차질을 빚을까 마음을 졸이며 하루에도 몇 시간씩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방파제에 나가면 마치 은화가 ‘아직 나가면 안 되느냐’,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되느냐’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2년 동안 그 많은 눈물을 팽목항 앞바다에 쏟아부어 눈물샘이 메마를 법도 했지만 학교 갔다 오자마자 엄마에게 깔깔거리며 재잘거리고, 아침마다 뽀뽀를 해 주던 딸과의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툭 터진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11일 앞둔 5일 오후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에서 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인 이금희씨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진도=하상윤 기자

이씨 같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유실 없는 인양’, ‘온전한 인양’, ‘작업자의 안전’ 세 가지뿐이다. 이씨는 “배가 올라와 가족을 찾는 것이 인양”이라며 “그래야 내 딸이 왜 거기 있어야 했는지 진실도 찾고, 은화 오빠처럼 남아 있는 우리 후손들이 사는 나라를 ‘사람이 보호받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오는 7월쯤 예정된 세월호 인양 뒤 미수습자가 단 한 명도 없게 해 달라고 절규하는 이씨의 모습 뒤로 2년 전 304명의 목숨을 앗아 간 바다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진도=유태영·이창수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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