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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고립’된 반달가슴곰 구하라

입력 : 2009-11-01 23:16:17 수정 : 2009-11-01 23: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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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고속도로·소나무장벽에 막혀 서식지 단절

덕유산 잇는 백두대간 생태축 복원해야 생존
도로건설로 인해 백두대간 곳곳에 생긴 ‘생태축’의 단절이 지리산에서 복원사업이 진행 중인 반달가슴곰의 생존을 장기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태축 단절은 곰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야생동물의 생존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 생태통로 확보, 도로복원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06∼2008년 3년간 방사된 곰의 이동경로를 추적한 결과, 곰이 백두대간을 삶의 터전으로 삼기 위해서는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 7개 지점의 생태축 복원이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특히 마을이 산재돼 있고, 88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지리산 북부의 ‘인월∼운봉 구간’이 이동에 가장 열악한 지역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원재 일대는 곰이 기피하는 소나무로 뒤덮여 있어 신갈나무나 참나무 등을 심는 등의 식생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단절지역을 일단 넘어서면 덕유산까지의 약 30㎞ 구간은 비교적 이동이 원활하다.

과학원 관계자는 “생태축의 단절로 곰의 생존이 당장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서식에 적합하도록 생태축의 복원 및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로 도로 건설 때문에 생기는 생태축 단절은 곰은 물론이고 모든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우선 야생동물 생존에 치명적인 ‘로드킬’의 원인이 된다. 생태축 곳곳에 깔려 있는 도로를 지나다 차에 치여 동물이 죽는 로드킬은 지난해만 2200여건이 발생했다.

생태축 단절로 서식지가 좁아지면서 먹이 부족에 시달리는 동물들이 인근 마을로 접근하면서 올무나 덫 등에 희생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서식지 단절로 동물 집단 간 교류가 줄면서 ‘근친교배’등이 일어나 유전적인 건강성을 해치기도 한다.

과학원은 “계룡산, 덕유산 등 6개 지역 등줄쥐의 DNA를 분석한 결과 서식지 단절로 유전자의 다양성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사람들의 피해로도 확대되고 있다. 도로에 나타난 동물을 피하려다 생기는 교통사고가 늘고 있고, 최근 부쩍 늘어난 멧돼지 등 야생동물의 도심 출현도 생태축 단절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생태축 훼손의 우려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공개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국립공원 내에는 서울∼부산 간 거리보다 긴 442㎞의 포장도로가 깔려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 부근의 도로는 127.3㎞에 이른다. 보호가 우선인 국립공원에서조차 도로 건설이 빈발하면서 생태축 단절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은 모두 82개의 도로로 인해 8.3㎞마다 단절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난해 9월 발표한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생태축 단절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현장조사를 올해 안에 마칠 계획”이라며 “현황이 파악되는 대로 우선순위를 정해 복원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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