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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에 걸린 사교육비 경감대책

입력 : 2009-07-27 09:47:46 수정 : 2009-07-27 09: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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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 상한제 헌법 위배’ 판결 파장 26일 법원이 교육당국의 학원비 규제에 제동을 건 것은 정부 정책에 ‘합목적성’이 있더라도 헌법이 정한 ‘사유재산과 영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고 본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판결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작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학원의 수강료 상한선을 정하는 것은 헌법에 배치된다’는 26일 법원 판결로 학원비 단속에 대한 교과부 입장이 군색해졌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빌딩에 즐비하게 걸린 학원 간판들.
남제현 기자

지난 6월3일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지난해 10월28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학원비 등 사교육 경감대책의 세부계획이다. 실태조사와 특별·지도·단속, 학원비 투명성 제고 등 3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토대로 교육당국은 시·도교육청별로 고액·불법 학원비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였고, 최근 나온 ‘학파라치(신고포상금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판결로 그 출발점인 학원비 단속 자체가 힘들어지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공교육이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 현실에서 사교육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합리적 기준 없이 학원비를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건 헌법 원리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교육의 순기능 역할을 부정한 채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규제하는 데 일침을 가한 것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학원은 공교육이 하지 못하는 걸 해주는 부분이 있으므로 아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인정한 적 있다.

교육당국의 지나친 안이함이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당국이 현실에 맞는 학원비 기준을 제대로 만들지도 않은 채 규제와 단속에만 치중해 온 결과라는 것이다.

1995년 도입된 학원비 상한선제는 그동안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학원은 수강료를 관할 교육청에 신고하고, 교육청은 수강료가 가이드라인을 넘을 경우 수강료 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해 왔다. 교육당국은 사실상 통계청 ‘물가상승률’만을 참고해 수강료 인상을 억제했다.

그러다 보니 학원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서울 강남지역의 일부 학원들은 신고한 수강료보다 많은 돈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물가 인상률과 학원 규모 등을 반영해 학원비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적정 수강료 산출 시스템을 개발·보급하겠다고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법원은 학원 종류나 시설, 교육 수준, 임대료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강료 산출 방식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아예 규제보다 수요와 공급 원칙이 적용되는 시장 기능에 맡길 것을 주문했다.

그렇다고 이번 판결로 교육당국이 학원 수강료를 규제할 길이 아예 꽉 막힌 것은 아니다. 법원은 수강료를 직접 규제하지 못하더라도 수강료 게시·표시제 도입, 허위표시시 제재 등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할 길은 열어뒀다.

김기동 기자 kid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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