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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변화의 어류, 불변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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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1-21 21:26:10 수정 : 2009-01-21 21: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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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0억년 전의 비밀’은 한반도가 5억년 전에는 적도 부근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철석(鐵石)같다’는 쇠와 돌도 산화·풍화에 자유롭지 않다. 비바람이 아니더라도 내부의 돌 분자는 움직인다. 한없이 느리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모양이 달라진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역(易)은 그런 원리를 담아낸 철학이다.

사람들은 지구온난화, 한반도의 아열대화, 기상이변 등을 들먹이며 호들갑을 떤다. 어째서 이변인가. 산 허리에 박힌 둥근 바위는 그 옛날 물에 닳은 바위가 지각변동으로 융기한 것이다. 히말라야산맥은 인도판이 밀어붙이는 통에 지금도 솟아오르고 있다. 1만년 이전 빙하기 때는 적도 근처까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우리가 보는 남·북극의 빙하는 해빙의 끝자락일 뿐이다. 이변, 이변 하지만 질서정연한 자연의 순환현상에 다름아니다.

대개 인간은 너무 커도 모르고 너무 작아도 모른다. 지구 관점에서 보면 태양은 지구의 100만배나 큰 별이다. 그렇지만 우주로 나가면 그 태양의 80억배나 되는 항성 ‘VY 캐니스 메이저리스’도 있다. 밝기는 태양의 50만배, 상상을 초월한다. 의상대사 법성계의 ‘한 톨의 티끌 속에 시방세계가 들어 있다(一微塵中含十方)’는 구절은 더욱 아리송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땅과 바다도 항시 변화의 물결을 탄다. 고정불변의 존재가 아니다. 100년 전보다 한반도는 평균기온이 섭씨 1.5도 올랐다. 바닷물도 지난 40년 전보다 표층은 0.93도 높아졌고 저층은 0.43도 낮아졌다. 해류도 바뀌는 중이다. 1도 안팎의 차이지만 어류는 예민하게 적응한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러시아 캄차카반도 쪽으로 올라간 반면 동해에는 겨울 오징어가 잡힌다. 대구와 청어는 동해에서 남해까지 진출했다니 놀랍다.

생태계는 우주에서 미물에 이르기까지 변화불측(不測)이다. 우주에서 진화를 가장 꺼리는 족속이 있다면 아마 인간일 것이다. 40∼50년 전 정치인들의 폭력과 점거, 40년 전 새총, 30년 전 화염병이 아직도 살아 숨쉰다. 권력과 뇌물, 강도, 사기 습성은 6000년이 지나도 끄떡없다. 오로지 불변! 물고기의 탄력성이 오히려 경이롭다.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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