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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독버섯 `일진'] "어쩌다 이 지경까지‥"

입력 : 2011-12-30 09:49:11 수정 : 2011-12-30 09: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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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4학년, 심지어 1학년 중에도 `일진'이 있지만, 교사와 학부모들만 모르고 있습니다"

`빵 셔틀(빵 심부름)', `숙제 셔틀(숙제 대신 해주기)', `화장실 셔틀(화장실에서 선배 수발하기)', `야동 셔틀(음란영상물 공급하기) 등 온갖 학교내 비행을 주도하는 폭력 불량학생 `일진'의 실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29일 청주ㆍ청원지역 교사들로 구성된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소장 문재현ㆍ이하 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일진'의 악행과 일탈은 동료 학생들을 괴롭히는 것을 넘어서 `교사 길들이기'까지 진화했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 6학년 수정(이하 가명) 양은 지난해 11월 11일 `빼빼로 데이' 무렵, 같은 학교 여자 선배로부터 귀에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불가능한 것이 없어 보였던 `일진'들의 학교생활을 부러워하고 있던 차에, 이 선배가 뜻밖에도 "너 000랑 `양(언니 동생 관계)' 맺어"라고 권유한 것이다.

평소 `일진' 학생들에 대한 두려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갖고 있던 수정 양은 흔쾌히 `일진' 대열에 합류했다.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에 한동안 우쭐했던 수영 양은 그러나 얼마 뒤 신중하지 못했던 자신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선배들에게 `삥(돈)' 뜯기고, `알(휴대전화)' 빼앗기고, 툭하면 노래방에 불려다니는 바람에 공부는 뒷전이 됐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배의 눈 밖에 나 집단 따돌림을 당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교사의 도움으로 겨우 `일진' 패거리에서 벗어난 수정 양은 "OO한테 찍혀서 한동안 그룹에서 왕따 됐어요. 그땐 정말 자살하고 싶었어요"라며 치를 떨었다.

수정 양이 당한 것과 비슷한 피해 사례는 다른 학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 아영 양은 지난 4월 수련회 장기자랑 준비물로 `서클렌즈'를 사고 나서 무심코 내뱉은 `나 일짱같지'라는 한마디 때문에 곤욕을 치를 뻔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6학년 `일진들'이 전화를 걸어 '왜 나대. 그러다 밟힌다(맞는다)'라고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선배들의 협박에 겁을 잔뜩 먹은 아영 양은 `서클렌즈'를 곧바로 내다버렸다.

청주의 한 중학교 2학년인 경희는 최근 엄마한테 "`일진'이 좋아하는 가수를 다른 학생들은 좋아할 수 없다. 좋아해도 절대 말하지 않는다"라고 털어놓았다.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과 폭행을 주도하는 `일진'들은 힘없는 아이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자, 교사보다 더 무서운 존재이다.

얼마 전 청주의 한 중학교 2학년 영어보충 수업시간에는 여학생 `일진'과 한 패거리인 여학생 2명이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남자 교사에게 대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교사가 "다른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되니 `마스크 팩'을 떼라"고 하자 이들 `일진' 여학생은 험한 욕설을 쏘아붙이면서 `마스크 팩'을 창문 밖으로 내던졌다.

당황한 이 교사는 `수업 끝나고 교무실로 오라'는 말로 곤란한 상황을 모면했다. 이 학생들은 물론 교무실에 가지 않았다.

요즘 `일진'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존재감을 심어주기 위해 일부러 교사를 모욕하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교사한테 대들어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힘없는 학생들에게 `순응'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연구소의 문재현 소장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퍼진 `일진'이 나중에 중학교, 고등학교 `일진'으로 이어진다"면서 "폭력이나 집단따돌림을 당하진 않더라도 비뚤어진 상황을 모른 척하는 `방관자'를 `참여자'로 끌어들여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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