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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미래다] 통일재원 마련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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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5-09 19:35:20 수정 : 2012-05-09 19: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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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통일비용에 ‘꿈과 현실’ 괴리
현재 재정기반 ‘남북협력기금’이 유일
재원 조달·사용방안 논의 공론화 필요
# 얼마 전 법원은 북한에서 탈출하기 전에 생계 목적이라고 해도 마약을 거래한 전력이 있는 탈북자는 정착금 등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정부 측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마약범죄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마약거래자를 보호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인류의 보편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 판결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통일 이후에 사회보장 서비스도 제한적으로 제공해야 할까. 마약거래 전과자 같은 극소수 계층이 아닌, 일반 북한 주민들로 생각의 범위를 넓혀보자. 통일 이후 북한 주민에 대한 사회보장 서비스 수준을 남한 주민과 동등하게 하는 것이 좋을지, 재정부담을 고려해 차등화해야 할지 구체적 로드맵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통일 부담을 최소화하는 길은 통일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를 도출하는 데서 비롯된다. 통일재원은 일이 터지기 전에 미리 쌓아두는 돈이라는 경제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일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국제사회에 우리의 통일의지를 널리 알리는 효과가 있다. 통일의 주도권을 쥐고 이를 바탕 삼아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오지만, 이는 통일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단견’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오히려 통일재원을 적립하면 재정지출 낭비를 줄일 수 있고 한반도 리스크 해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이다. 통일비용 적립 목적과 내용이 충분한 타당성을 갖춘다면 비용부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10년 통일의식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변요소가 많은 통일비용 추정보다 비용 조달 방법과 사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통일비용을 ‘세금’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통일의 가치에 방점을 두고 기꺼이 내겠다는 국민도 있으나, 각종 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까지는 ‘통일의 꽃’을 자처하는 이들은 미미하다. 조세 이외에도 채권 발행, 통일기금 신설, 외자유치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동유럽 등의 체제전환국 사례를 보면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이 필수적이었다. 북한의 향후 변화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국제금융기구나 국제사회와의 유기적 협력 여부에 따라 ‘부담’은 나누어질 수 있게 된다.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은 하루빨리 통일 준비에 착수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기 파주시의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은 시민들이 안개 낀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반도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현재로서는 통일에 대비해 조성된 재정 기반은 남북협력기금이 유일하다. 통일 이후 재원과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될 사안은 북한 주민 생활보장과 교육·의료·복지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북한 경제를 살리는 비용과 달리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비용은 재원조달 방식을 다양화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전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부분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결국 재원 마련 방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독일통일 사례는 정치적 목적이 경제적 효율성과 충돌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최근 독일 내무부에서 열린 제2차 한독통일자문위원회의 경제사회통합 패널로 참석한 게르하르트 리터 전 뮌헨대 교수는 “통일 직후 350만명에 이르던 동독지역 실업자를 서독의 사회보장제도에 성공적으로 통합함으로써 정치적 논란이나 사회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다른 참석자인 카를 하인츠 파케 마그데부르크대 교수는 경제·통화 단일화를 통한 동독 지역의 시장경제체제 이식 과정을 설명하면서 당시 서독 사회보장제도의 재정위기는 더 심화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독일통일은 경제적 관점에서 부분적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눈에 띄는 점은 독일통일시 사전 시나리오 준비 여부를 묻는 우리 측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해 독일 측 관계자들이 “준비된 시나리오는 없었고 동독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대응했다”고 답한 대목이다. 사전에 가상 시나리오를 만드는 일은 무의미할뿐더러, 설령 만들더라도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기 어렵고 북한 주민들의 거부감만 낳는다는 게 통일을 경험한 독일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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