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8년 7월 평양시 청춘거리에 있는 ‘원조 토장국집’. 붉은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식당 안을 꽉 채운 채 모든 시선을 TV화면에 고정하고 있다. 남북통일을 기념하는 월드컵 경기가 평양 시내 축구장에서 열리고 있지만, 미처 입장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평양에서 가장 오래된 토장국집에서 단체응원을 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분단 상황이라면 예외없이 군 내무반에서 군복을 입고 월드컵 경기를 지켜봤을 젊은이나 수십 년 전 남한 대통령 타도를 부르짖는 궐기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쳤던 평양 토박이들이 한데 뒤섞여 “통일한국”이라는 응원 구호를 외치고 있다. TV화면에 보이는 집단 카드섹션 응원은 집단 군무에 능한 북한 주민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차원이 다른 경지에 이르렀다. 미국 CNN방송과 영국 BBC방송 등 외국 방송사들은 유일한 분단국이던 남북한 통일 이후 월드컵 개최라는 역사적 사건을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며 실시간으로 전하느라 여념이 없다. 월드컵 경기와 함께 인기 관광상품인 한국의 거리응원을 구경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서울과 평양 시내 숙박업소는 일찌감치 모든 예약이 종료됐다. ‘통일한국’에 ‘월드컵 특수’까지 겹치자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남북관계는 맑음과 흐림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종종 북한의 무력도발에 시달리기도 한다. 통일이 되면, 남북한 간에 조성된 험악한 분위기로 냉가슴을 앓을 사람도 없고, ‘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차하게 이웃나라 눈치를 살피며 협조를 구할 일도 없어진다.
통일비용과 편익은 동전의 앞뒷면이나 마찬가지다. 좁은 의미의 통일편익은 북한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 활용과 분단비용 소멸을 꼽을 수 있다. 넓은 의미의 편익은 동북아로 확장되는 새로운 시장 창출에 따른 기회까지 포함한다. 대표적 경제적 편익은 대북투자 등으로 인한 경기활성화 효과, 남북경제 통합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이다.
비경제적 이익은 국가 이미지 제고, 국가외교역량 강화, 북한지역의 인권신장과 삶의 질 향상 등을 들 수 있다. 한반도 평화와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사안은 편익이라는 범주에 포함하는 게 억지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그 가치가 높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2010년 ‘통일비용 논의의 바람직한 접근’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기존의 통일비용 추정이 편익에 대한 고려가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북한경제의 흡수능력과 조달방식의 신축성을 무시해 통일비용을 과대추정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통일기피 심리 확산이라는 부정적 효과로 나타났다는 것이 조 교수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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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탄현면의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임진강 너머 북측 풍경.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반도 논에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통일을 이루면 직접 가서 볼 수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통일에 따른 편익은 이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원은 통일비용이 북한에 투자됨에 따라 산업생산에서 부가가치가 유발되고,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8% 수준인 국방비가 1.5%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가위험도가 감소하면서 외채 이자부담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내 지하자원과 관광자원 활용에 따른 수입도 증대되고 중국, 러시아 등 북방지역으로 교통망이 연결되면서 물류비용도 절감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편익 분석 결과 북한주민 1인당 소득을 3000달러로 끌어올리면 통일편익이 2197억달러 발생하고, 7000달러 달성 시 5362억달러, 1만달러 달성 시 8350억달러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통일편익에서 통일비용을 제외한 통일 순편익은 각각 627억달러, 652억달러, 1285억달러에 달한다. 통일이 분단보다 남는 장사라는 얘기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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