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인도 없이 이동투표함 돌아”
종북 논란까지 맞물려 내분 심화

논란은 이청호(사진) 금정구 공동지역위원장이 지난 18일 당 홈페이지에 ‘비례대표 부정선거를 규탄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위원장이 실명으로 문제 제기를 하면서 물밑에 있던 부정선거 의혹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이 위원장은 “윤금순 후보(1번)와 오옥만 후보(9번)가 바뀐 건 현장투표였다”며 “현장투표가 엉망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투표 참관인 없이 이동투표함이 돌아다니는 형태로 현장투표가 이뤄졌고 온라인투표 중 과거 민주노동당과 관련 있던 전산관리업체가 투표 내용을 알 수 있는 ‘소스코드’를 세 차례 열람했다고 폭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로 인해 비례대표 후보의 당락이 바뀐 것이다. 당원투표로 선출된 후보를 밀어내고 영입인사를 전략적으로 당선 안정권 순위에 배치했다는 얘기다. 실제 6명의 비례대표 후보 중 4번 정진후, 5번 김제남, 6번 박원석 후보 3명이 영입인사다. 당원과 지지자 사이에선 “이번엔 털고 가자”며 당개혁을 촉구하는 의견과 “흠집내기 의혹제기”라는 의견이 맞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파장이 확산되자 당은 총선 직후인 12일 구성한 진상조사위 활동의 1차 결과를 일단 내달 초 발표키로 했다. 당은 20일 서면브리핑에서 “문제가 있을 경우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정 의혹 논란은 계파 간 당권투쟁의 일환으로 여겨지고 있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유시민 공동대표의 국민참여당 출신이다. 그의 폭로가 운동권 세력 중 ‘자주파’로 불리는 민족해방(NL) 계열이 이끌었던 민노당 출신세력의 주류 측을 공격하는 포석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민노당 출신, 이 중에서도 이른바 ‘범경기동부연합’ 정파는 선거과정에서 독주했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참여당 출신으로서는 이 정파의 당권 재장악을 견제할 필요성이 클 법하다.
이들 두 세력과 함께 통합진보당 내 ‘한지붕 세가족’을 이루는 진보신당 탈당파가 당권파와 노선투쟁을 본격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당내에서 ‘종북(從北)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민노당 시절 주류였던 경기동부연합은 타 정파로부터 ‘종북주의’ 노선을 따른다는 공격을 받았다. ‘평등파’로 불리는 민중민주(PD) 계열 중심의 진보신당 탈당파는 당시 비판의 선봉을 섰다. 이들 중 한 명인 심상정 공동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인정하며 당권파 독주에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 관련자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자가 비례대표 2번에 배치된 게 부정선거 논란을 노선투쟁으로도 이끌 수 있는 뇌관으로 지적된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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