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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성소수자' 최현숙 후보 "이색후보가 아닌 정책을 봐달라"

입력 : 2008-03-27 11:22:13 수정 : 2008-03-27 1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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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언론과 네티즌들의 관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공직 선거 후보로 출마한 이상 후보와 후보의 정책을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는데 이러한 관심을 저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저를 이색후보로서의 관심이 아니라 제가 내세우고자 하는 정책, 성소수자로 대표되는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하는 정치, 그리고 정책적인 대안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전달되기 바라고 있습니다"

자신이 펼치려는 정치와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최현숙 진보신당 후보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우선 최후보의 과거(?)에 눈길을 보냈다.

25년간 결혼생활을 지속하다가 2004년 남편에게 이혼을 요청한 후 별거와 동시에 여성 동반자와 동거를 시작해 2006년에 결국 남편과 이혼했고, (지금은 탈당한) 민주노동당에서는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다가 국내에서 첫 커밍아웃 성소수자로서 공직선거에 출마했다. 아직 성소수자에 대해 너그럽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이는 분명 단순하게 '이색 볼꺼리'로만 낮춰 보기에는 어려웠다. 비록 홍석천과 하리수, 이시연 등의 커밍아웃을 통해 시선이 분명 달라진 것은 있지만 이도 어디까지나 '흥미' 위주의 범위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이나 사회에서 이들 존재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흥미꺼리'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사회적 파트너로서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후보도 이런 점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의 시각은 왜곡을 넘어 혐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커밍아웃하며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분들때문에 시민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지요. 특히 저의 총선 출마 보도 후 인터넷에서 긍정적인 댓글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반대하시는 분들도 과거처럼 막말하는 수준이 아닌 '성소수자인 레즈비언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 나선 이유를 답해봐라'는 등의 합리적인 질문을 하는 분들이 늘었지요. 그러나 역설적으로 저의 출마가 이렇게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주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또 가족중심주의인 한국에서 커밍아웃한 인권활동가 대부분이 다른 사람에게는 말을 하지만, 가족에게만은 말하지 못해 안타깝기도 합니다."

최후보 스스로가 성소수자이고 성소수자들을 대표해 나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소수자는 용어 그대로 읽힐 경우 '다수'의 반대되는 개념을 가지며 '소수를 위한 정책'을 펼칠 후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최후보는 이에 대해 "성소수자의 정책에 한계지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제가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로 출마한 것이지만 성소수자의 정책에만 한계지어진 것이 아닌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고 준비했다. 사실 소수자는 성소수자나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의 특정 집단이 아니고 사회에서 극소수의 기득권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외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면에서 소수자의 용어를 숫적인 소수자로 말할 내용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이러한 측면의 소수자 즉 차별받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후보는 그동안 소수자들에 대한 국회의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한 법이 긍정적으로 입법과정을 거쳤는데도 결국 국회에 가서는 '엉터리' 법안이 되어 나오는 구조를 보며 이것이 정부와 국회가 소수자들을 보는 시각이라고 단정지었다.

"우리 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변해가고 있는 가운데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싸구려 노동력으로만 취급하고 언제든지 그들을 불법노동자 신분으로 해서 한국에서 추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노동력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노동력의 보충으로만 생각합니다. 의료보험 혜택도 없고 맹장염에 걸려서도 병원을 못가 그대로 죽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이주노동자들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국가가 제대로 된 인권정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죠.  작년 말에 정부안으로 나왔던 차별금지법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20개 항목의 차별의 범주를 법무부안으로 만들었는데 보수적인 기독교 진영이나 경제인들의 반대로 7개 조항의 차별범주가 삭제되는 과정을 통해서 정부와 국회가 보호되어야 되는 소수자와 보호되지 않아도 되는 소수자에 대한 분열과 균열을 만들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국회에서 무산됐다) 또 성전환자 성별 법안의 경우에는 16대와 17대에서 모두 무산되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최후보가 출마하는 종로는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충돌하는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 중의 한 곳이다. 그 안에서 뚜렷한 색깔을 보이지 못한다면 최후보는 '이색후보'로 출마에 의의만 가질 수 밖에 없을 정도다. 최후보가 보는 종로의 모습과 차별성은 무엇일까.

"종로는 이미 다양성의 공간이에요. 과거부터 서울의 중심지인 종로도 있지만 창신동 주변의 이주노동자나 파고다 공원의 노인으로 대표되는 취약계층 등도 갈이 살고 있습니다. 전통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고 있고 부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같이 살고 있는 다양성이 섞인 도시공간으로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런 다양성이 충돌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서로 소통하고 잘 만나면서 공존하고 상승하며 생존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모델을 제시하는데 종로가 마땅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종로가 정치 1번지라고 말은 하지만 소수자들 입장에서는 종로가 정치 1번지로서 의미를 가지지는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손학규 대표나 박진 의원이 제시해온 종로에 대한 공약과 사회에 대한 기조와는 다른 서민들을 위한 정치, 가장 낮은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진보신당에 있지만 탈당한 민주노동당은 창당할 때부터 몸담았다. 최후보는 그런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이유에 대해 "소통이 불가능해서 그게 불가능해졌고 이로서 토론대신 형식적인 다수결만 남아 다수파의 입장만 존재하게 되는 패권주의가 존재하게 되어 탈당했다"고 설명했다. 당이든 종로든 최후보에게는 '소통'이라는 것은 중요한 화두였다.

국내에서는 첫 사례로 기록되겠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들이 정치권에 진입하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최후보가 설명한 미국 시민단체 빅토리펀드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북미 521명, 유럽 118명, 호주 12명, 아시아와 남미에서 각각 1명씩 전현적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정치인이 존재한다. 특히 들라노에 파리 시장은 성소수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재선에 성공했다. 최후보는 들라노에 시장이 내놓았던 정책이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내놓았다는 점에서 성소수자 정치인이 제시하는 사회의 대안이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가를 대신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으며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이 큰 선거구에 출마했고, 거대 정당의 거물급 정치인들과 맞붙어야 하는 최후보가 바라보는 정치는 의외로 간단했다.

"그동안 우리의 정치는 거시적인 정치로만 생각했어요. 그러다보니 서민들 입장에서는 너무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죠. 그러다보니 정치권의 부패와 거짓으로 서민들이 정치에 대해 무관심해졌습니다. 제가 바라보는 정치는 작은 단위의 정치에서부터 시작되는 정치가 제대로 된 정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후보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 선관위에 접수를 하고 본격적으로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다.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동영상 취재 김경호 PD stiillcut@segye.com  

  사진 박효상 객원기자 new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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