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중소기업으로 자생력 높여야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경제상황을 재정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확대된 것으로 규정하고 내년 예산 편성을 다시 검토해 재정건정성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국가부채는 올해 435조5000억원으로 2007년 299조2000억원보다 46%나 증가했다. 증가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고이다. 여기에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돼 재정지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더구나 언제 부담하게 될지 모르는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재정구조는 보통 위험도가 높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차제에 재정건전성을 높여 위기의 확산을 막고 경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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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
급기야 불똥이 미국으로 튀었다. 정부부채가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가하지 법정한도를 높여 억지로 부도를 막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미국의 재정위기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고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상이 흔들렸다. 곧바로 세계 증시가 요동을 치며 다시 금융위기를 몰고 왔다. 금융위기와 재정위기가 서로 꼬리를 무는 악순환을 형성해 각국 경제의 목을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경제는 다시 찾아온 금융위기의 공포에 휩싸였다. 증권시장이 사상 최대 폭의 하락을 기록한 후 방향감각을 잃었다. 이에 따라 소비와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특히 자산가치 하락으로 가계의 연쇄부도 위험이 커졌다.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한다. 그렇다면 위기의 해결을 위해 양면 전략을 펴야 한다. 즉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막는 정책을 함께 펴 두 위기를 동시에 이겨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악순환은 되살아난다.
이런 견지에서 우선 국민은 증시가 불안할수록 자신감을 갖고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 부화뇌동하면 외국자본의 유출을 가속시키고 이익만 더해 준다. 우리 경제는 지난번 금융위기를 OECD 국가 중 가장 먼저 극복하고 수출경쟁력을 높여 전례 없는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지키는 것은 국민의 책임이다.
한편 정부는 다자간 통화스와프 체결과 아시아통화기금 설치 등 공동대응 체제 구축을 서둘러 외환시장의 근본적인 안정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과도한 외국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외환규제 강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위기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재정 불안의 해소이다. 대통령의 지시대로 내년 예산을 다시 편성해 재정건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선심성 복지 정책은 분명히 옥석을 가려야 한다. 그리고 복지 지출이 경기회복과 선순환을 이루는 생산성 복지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위기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려면 산업구조를 내수시장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어 경제의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국내 투자자본 형성을 촉진해 외국자본의 독과점 행위를 막게 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의 변화가 없는 한 우리는 해외 변수에 따라 수시로 기반이 흔들려 언제라도 재앙을 겪을 위험을 안게 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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