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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대란 新풍속도…'하우스메이트' 인기

입력 : 2011-03-04 16:22:30 수정 : 2011-03-04 16: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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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불문..주거비 분담하고 사생활은 '노터치' 대학생 이진(26.여)씨는 지난달부터 일곱 살 많은 대학병원 연구원과 학교 근처에서 함께 산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함께 살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하우스메이트로 들어가게 됐지만 생활 패턴이 다른 탓에 한 달이 지나도록 동거인의 얼굴을 본 적은 몇 번 없다.

작은 방 한 칸을 쓰는 이씨가 내는 돈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0만원.

보증금 1천만원은 기본이고 월세를 50만원 안팎까지 내야 하는 주변 시세에 비하면 훨씬 싼 편이다.

전국적인 전·월세난의 영향으로 개학을 앞둔 대학가의 전세 공급이 줄어들고 하숙비가 급등하면서 '공동주거'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 27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 주변에 함께 살 '하우스 메이트'를 구하는 전단이 붙어 있다.
전세금이 끝없이 치솟고 그마저도 월세로 바꿔 받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낯 모르는 사람과 하우스메이트가 돼 '전략적 동거'를 하는 대학생과 직장인이 늘고 있다.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를 분담해 주거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거실과 화장실을 남과 함께 사용하는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원생 한모(26)씨는 2년 전부터 은평구에 방 세 개짜리 빌라를 얻어놓고 하우스메이트를 모집해 살고 있다.

함께 사는 사람은 대학생 네 명. 한 사람에게서 30만원씩 받으면 공과금을 내고 집주인에게 월세 55만원을 주고도 돈이 남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하우스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올려놓으면 며칠 동안 기다려야 했지만 요즘은 문의 전화가 하루 대여섯 통씩 오고 방이 바로 나간다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그는 "요새 월세가 많이 올라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대학가 고시원도 최소 35만원에서 비싸면 55만원까지 받는다. 하우스메이트를 하는 게 가장 싸게 집을 구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회원 수 100만명이 넘는 인터넷의 한 부동산 직거래 카페에는 지난해까지 하루 서너 건 올라오던 하우스메이트 구인 글이 전세대란 이후 배 이상 늘었다.

인터넷 카페 '좋은집 구하기' 운영자 고용준(40)씨는 "전세가 워낙 없기도 하고 비싸서 매물이 나와도 잘 빠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북적거리는 게 '하메' 게시판"이라며 "집을 구하기 어려우니까 남의 집에 들어가거나 함께 돈을 모아서 집을 얻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생판 모르는 남녀가 모여 사는 경우도 많다. 20대 남녀 세 명과 함께 산다는 박모(25.여)씨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함께 살 뿐이고 사생활은 보호된다"며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고 집에 남자가 있으면 안전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우스메이트의 인기는 전셋집 한 칸도 못 구해 서러운 무주택 젊은이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뜻도 된다.

강남구의 투룸에 들어올 하우스메이트를 구한다는 김모(28.여)씨는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게 죄송스러워서 어쩔 수 없었다"며 "친구라면 편하게 할 얘기나 청소하라는 말도 쉽게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전세금이 폭등해 하우스메이트나 룸메이트로 주택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며 "중소형 공공임대주택을 보급하고 대학도 적립금으로 기숙사를 더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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