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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질환이라도 남녀 치료법 달리해야”

입력 : 2010-09-12 17:48:54 수정 : 2010-09-12 17: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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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의학클리닉 정혜경 소화기내과 교수 “성인지의학(Gender specific Medicine)으로 치료하는 국내 최초의 클리닉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같은 질병이라도 남녀 간에 차이가 나는 임상양상을 정확하게 진단해 다양한 임상과의 협동진료를 통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화의료원(의료원장 서현숙)은 최근 남녀 간 차이를 질병 진단 및 치료에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성인지의학협진클리닉’을 국내 최초로 개설, 진료를 시작했다.

이 클리닉 간사인 정혜경(42·사진) 소화기내과 교수는 9일 기자와 만나 “아직까지 국내에 생소한 성인지의학을 적용하는 클리닉인 만큼 ‘개척자의 마음’으로 참여 의료진이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인지의학은 남녀의 성 차이를 진단·치료·예방에 접목시키려는 의학으로, 미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활동이 시작됐으며,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이화의료원은 2004년 의과대학 내에 성인지의학연구센터를 설립한 이후 여러 질환의 성인지의학 연구를 해왔고, 그 연구 결과와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클리닉을 개설하게 됐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이 쓰리고 신물이 넘어오는 위식도역류질환은 남성과 여성에서 다른 임상양상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역류성식도염은 주로 남성에게 발생, 내시경검사를 통해 식도 주변의 손상(미란)을 보고 이를 진단, 치료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내시경 검사를 해도 별다른 증상을 찾을 수 없는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이 많이 나타납니다. 같은 질병이라도 남녀가 발생하는 임상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에 따르면 성인지의학에 관심이 두기 전 시대에는 의학 등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에서 ‘70kg의 남성’이 인간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졌다. 해부학 책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장기 크기와 무게, 생김새, 내과학의 혈압, 혈당 등의 기준치도 ‘70kg의 남성’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여성은 단지 유방과 자궁(일명 비키니 존)이 있을 뿐 남성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한 번의 실험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심장 및 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아스피린의 효능에 남녀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 1980년대 말 미국 국립보건원의 ‘아스피린 실험’을 시작으로 많은 학자가 질병 진단과 치료에 있어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 같은 연구의 성과로 지금은 남성과 여성은 정상적인 신체 기능뿐 아니라 질병에 이르기까지 신체 모든 부분에서 생리적, 해부학적, 약동학적 차이가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정 교수는 “성인지의학협진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은 소화기내과를 비롯해 심장내과, 신경정신과, 신경과, 비뇨기과 등 5명의 전문의 협진을 받아 개인별로 다양한 원인과 위험인자를 분석, 정확한 진단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클리닉은 세 개의 세부 클리닉으로 구성돼 있다. 가슴앓이 화병 클리닉은 원인 모를 가슴통증, 가슴쓰림,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증상, 두근거림, 가슴에서 뭔가 치미는 듯한 증상이 있는 환자를 진료하고, 만성두통 클리닉은 원인 모를 두통, 뒷목이 뻣뻣하거나 어지러운 증상, 스트레스, 수면 곤란 등을 담당한다.

하복부불편감 클리닉은 아랫배가 묵직하고 통증이 있는 경우 소변장애, 오줌소태, 잦은 변비나 설사,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 등을 진료한다. 현재는 매주 수요일 오후 1시부터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나 환자 수가 늘어날 경우 확대할 예정이다.

정 교수는 “성인지의학협진클리닉은 환자에게는 최적의 맞춤 치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성인지의학, 즉 성(性)차이를 고려한 의학의 발전을 위한 임상 모델기반”이라며 “임상연구에 박차를 가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지역 성인지의학 발전의 허브가 되는 것이 중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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