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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 난립' 속을 들여다 보니…

입력 : 2009-03-05 21:28:39 수정 : 2009-03-05 21: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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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3개·내달엔 200개 육박… 혈세낭비 심각
연예인 공연·민속놀이 등 대부분 야유회 수준;관 주도로는 한계… 콘텐츠 향상 등 보완 필요
◇지난해 3월 경남 거창군 북상면에서 열린 ‘하늘마을 고로쇠축제’ 현장 모습.
거창군 제공
경남 거창군은 오는 7일 ‘하늘마을 고로쇠축제’를 열 계획이다. 이 지역 특산품인 고로쇠 수액의 효능을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이런 취지와 전혀 딴판이다. 고로쇠 수액 시음 행사를 빼고는 연예인 공연, 노래자랑, 민속놀이, 불꽃놀이와 같은 야유회 수준의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같은 날 전북 진안군에서도 ‘운장산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 그러나 지역만 다르지 축제 내용은 거창군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초청가수 공연에 노래자랑, 전통놀이 등 판에 박은 듯 유사한 프로그램들뿐이다.

봄이 오면서 전국 곳곳에서 또다시 ‘붕어빵’ 축제가 난립하고 있다. 우울한 경제현실을 감안해 소모적인 지역 축제를 자제하고 경제살리기에 동참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매년 3월 부산광역시 동래구에서 열리는 ‘3·1독립만세 재연 축제’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지역축제는 지자체장 생색용?=판박이 같은 지역 축제가 이처럼 난립하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재임 기간 치적용으로 축제를 남발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전북도가 올해 개최할 축제 50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37개는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1995년 이후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다.

강원도 역시 지난해 열린 축제 120개 가운데 59개는 2000년대 이후 신설됐다. 상당수 지자체들이 민선 단체장들의 얼굴 알리기 수단으로 축제를 활용해 왔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물론 해당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축제를 개최한 것일 뿐 지자체장의 ‘얼굴알리기’를 위한 목적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날로 팍팍해지는 최근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이처럼 특색 없는 판박이 축제가 지역 주민들에게 과연 경제적 실익을 줄지는 의문스럽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대전시의 한 관계자는 “시비가 지원되는 경우를 제외하곤 각 구가 자체적으로 축제를 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광역지자체 관계자는 “축제를 줄이라고 권고하면 ‘우리 예산으로 축제를 하는데 왜 간섭하느냐’며 오히려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자립형 축제로 거듭나야=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역 축제 난립을 막기 위해선 엄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여기에 미달한 축제를 통폐합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차별화된 내용도 없으면서 관광객을 불러모으기 위해 연예인 공연을 펼치거나 장기자랑 수준의 행사를 벌이는 데 예산을 낭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지역 축제 수준이 국제적 관광상품으로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양대 관광학부 이훈 교수는 “지역 축제는 관광 소비를 통해 내수를 진작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축제의 콘텐츠를 향상시키고 축제마다 대표적인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는 상당수 축제가 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으나 앞으로는 각 축제가 질 높은 콘텐츠를 확보해 자체수익을 늘려가며 점차 스스로 비용을 조달하는 구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김준모, 대전·춘천=임정재·박연직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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