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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학교 '비싼 외국어 학원'으로 전락

입력 : 2013-04-11 13:43:17 수정 : 2013-04-11 13: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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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19개교 실태점검
입학자격 미달자 163명 적발… 외국인은 14명, 나머진 내국인
연평균 학비 1600만원 불구 고교과정 인정되는 곳은 전무
초등학생 자녀 3명을 둔 김모(51)씨는 지난해 8월 이들을 모두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 외국인학교(CCS)에 보냈다. 어렸을 때 영어교육을 확실히 해두자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면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인이거나 외국 거주 기간 총 3년 이상인 내국인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포기하려던 차에 학교 입학담당자가 “이번에 특별 내국인 전형이 생겼다. 흔치 않은 기회다”라며 김씨를 회유했다.

김씨는 입학자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학교 측의 입장을 재차 확인하고 자녀들을 이 학교로 전학시켰다. 그러나 지난 1월 김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김씨의 자녀가 외국인학교가 아니라 학교 건물 안에 따로 설치된 평생교육시설에 소속됐다는 걸 뒤늦게 안 것이다.

CCS처럼 무자격자를 입학시키는 서울 시내 외국인학교가 대거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소재 19개 외국인학교를 대상으로 실태 점검을 한 결과 8개교에서 입학자격 미달자 163명을 적발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적발 학생을 6월까지 학칙에 따라 자퇴나 제적 등 출교 조치하라고 해당 학교에 지시했다.

유형별로는 영미계열 4개교 12명, 유럽계열 2개교 93명, 화교 계열 2개교 58명이다. 이 가운데 프랑스어권 외국인학교인 하비에르국제학교가 91명으로 가장 많았고, 화교계열인 한국한성화교중고등학교(48명)와 한국영등포화교소학교(10명)가 뒤를 이었다. 무자격 유형별로는 외국인 자녀의 자격 미달자는 14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49명은 내국인이면서 외국 체류기간이 기준 미달이거나(90명) 전형서류가 미흡한 경우(59명)였다.

외국인학교가 이처럼 엉터리로 운영된 것은 1차적으로 교육당국 책임이 크다. 외국인학교와 관련된 법령(대통령령)이 2009년 2월 뒤늦게 제정된 데다 시교육청이 대대적 점검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여기에 외국인학교를 외국대 진학 통로로 활용하려는 학부모의 심리도 작용했다.

서울시내 외국인학교의 연평균 학비는 16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19개 학교 가운데 학력인정이 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따라서 외국인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국내 대학에 진학할 때는 검정고시로 고교 학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 등 외국 대학은 다르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외국 대학은 정규 고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그에 준하는 학력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학교가 외국 대학 진학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의무교육 과정인 초등·중학교를 외국인학교에서 이수하다 국내 학교로 전학을 가는 ‘학교 세탁’도 많다.

한 화교학교 관계자는 “한국인 부모들 중에는 ‘내가 뒷일은 모두 감수할 테니 제발 우리 아이 좀 받아 달라’며 자녀 입학 허가를 요구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며 “화교학교를 졸업하면 HSK(중국한어수평고시) 4∼5급은 쉽게 딸 수 있다”고 말했다. HSK 4급 이상이면 수능 없이도 대학에 갈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자격 미달의 한국인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학교는 학교대로 한국 내 화교 수가 줄어 학생모집이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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