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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서관 "도서 신불자들 때문에…" 분통

입력 : 2012-06-18 19:26:05 수정 : 2012-06-18 19: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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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체율 11∼27% 달해
징수 연체료 1억 돌파한 곳도
시험기간 책 독점 특히 많아
대학들, 연체료 인상 등 고심
서울 신촌의 한 대학에 다니는 박모(20)씨는 기말고사 준비를 위해 최근 대학 도서관에 들렀다가 분통이 터지는 경험을 했다. 10여쪽만 참고하면 될 책이 도서관 목록에 있는데 한 달 넘게 ‘대여 중’이었던 것. 박씨는 “2주 전부터 도서관 홈페이지를 매일 확인하고 전화했다”면서 “담당 직원은 ‘연체자가 독촉을 해도 반납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결국 3만원이 넘는 책을 구입해야 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일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도서관 책을 개인 것으로 여기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울 주요 대학마다 학생들이 빌려간 뒤 대출기한 내에 반납하지 않는 책이 연간 수만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취재팀이 서강대, 중앙대, 한양대, 숭실대, 연세대, 경희대, 성균관대 등 서울지역 7개 대학 중앙도서관 대출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대학의 도서 연체율은 10.6∼26.5%를 기록했다.

연세대는 지난해 총 42만2765권이 대출돼 이 가운데 6만7133권(15.8%)이 대출기한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연체자는 총 1만1540명으로, 2만명 남짓인 재학생 중 과반수가 도서를 제때 반납하지 않은 셈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 학생들에게서 받은 연체료가 1억원을 돌파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관계자는 “연체료가 하루 100원밖에 안 되다보니 학생들이 좀처럼 죄의식을 못 느낀다”며 “특히 시험기간 등에는 특정인이 책을 독점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강대 도서관은 지난해 23만5507권을 대여해 6만2591권(26.5%)이 연체됐다. 도서를 대출한 학생 4명 중 1명은 ‘대출 연장’ 등의 조치도 없이 책을 독점했다는 뜻이다. 이 학교가 지난해 걷은 연체료는 4000만원을 넘었다. 중앙대는 36만2353권을 대여해 8만356권(22.1%)이 연체됐고, 한양대는 28만5863권을 대여해 6만2927권(22.0%)이 기한을 넘겨 반납됐다.

각 대학은 홈페이지 등에 도서 대출을 예약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놓고 있다. 예약자가 있으면 대출 연장이 안 되는 식이다. 반납 기일이 임박하면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통해 도서 반납일을 통보하기도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전공서적이나 인기도서의 경우 연체된 도서에 대해 반납을 독촉하라는 항의전화가 수시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연체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연체료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원활한 도서 대출을 위해 연체료를 받는 것인데, 이 비용이 부담이 돼 대출 의욕이 꺾일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숭실대 관계자는 “교재 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도서를 대출해 보는 학생이 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딱한 사정도 무시할 수 없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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