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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가보조금 허점 악용 불량 김 건조기 떠넘겨…

입력 : 2012-03-20 01:36:23 수정 : 2012-03-20 09: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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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어민들 새기계 고장 황당…수리비 수천만원 들어 울화통
정부·지자체 책임소재 불분명
업체서 맹점 알고 ‘장난질’
“이번에 들여온 김 건조기를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집니다.”(어민 김모씨)

전라남도 장흥, 해남 일대의 김 공장에 국가보조금으로 불량 김 건조기가 공급돼 어가(漁家) 피해가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네 탓 공방’ 속에 차기 사업에서 배제될까 전전긍긍하는 어민의 속앓이만 깊어가고 있다. 국가보조금 사업 심사와 선정, 사후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탓이다.

19일 이 지역 수산업계에 따르면 전남 강진과 장흥 일대 김 공장과 양식장에 ‘수산물산지가공시설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급된 김 건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 어가가 속출하고 있다. 세계일보 취재팀이 현지 취재한 결과 피해 공장은 13곳에 이르며 피해액도 약 30억원에 달한다.

이들 김 공장은 지난해 10월 E사가 제조한 김 건조기를 국가보조금 사업으로 구입했으나 공장을 정상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보통 김은 10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만 생산하기에 올해 사업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한 어민은 “지인의 소개로 국가보조금 사업을 신청해서 기계를 들였으나 추가 수리비용만 수천만원이 들었다”면서 “볼 때마다 피가 솟구쳐 아예 작업장 밖에 내버려 뒀다”고 밝혔다.

이는 농림부와 지자체가 보조금 사업 심사와 사후 관리를 실질적으로 하지 못하는 제도상의 허점 때문이다. 책임 소재가 애매한 부분을 설비업체가 파고들어 악용했다는 것. 농림부 관계자는 “사업 하나하나를 챙길 수 없다. 지자체의 책임이 크다”, 군청 관계자는 “기계 선택은 전적으로 어가 몫이다.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떠넘기고 있다.

부실사업으로 판명되면 차기 사업에서 배제될까 두려워 어가들이 입을 닫는 것도 피해를 키우는 한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수산물산지가공시설 현대화 사업에 보조금 442억7600만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517억10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 어민은 “지급받은 장비를 5년간 유지하지 못하면 돈을 환급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현대화 사업에서 더 이상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면 추가 비용 상승으로 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장흥·해남=조성호 기자 comm@segye.com 20120320020021 [단독] 국가보조금 허점 악용 불량 김 건조기 떠넘겨… //img.segye.com/content/image/2012/03/20/20120320020021_0.jpg 5 1 09 6 1 저작자 표시 + 변경금지 N 20120319022610 "연료비 아끼려 샀는데…" 엉터리 '김 건조기' 20120319175428 20120321141428 20120319192738 “기계가 물김을 전혀 못 말리니 쓸 수가 있나요. 결국 공장 문을 닫았습니다. 같은 기계를 들인 다른 공장들은 예전에 쓰던 기름히터를 돌려서 간신히 김을 만들고 있죠.”2일 전남 장흥군 대덕읍의 한 김 공장. 평소 같으면 네모난 건조대에 걸린 물김이 기름히터나 전기히터, 히트펌프를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는 모양으로 빳빳하게 마르는 작업이 한창이어야 할 때. 그러나 공장주 김모(59)씨가 허탈한 표정으로 멈춰선 기계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김씨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 2011년 장만한 E사의 김 건조기는 공장 한편에 방치돼 있었다. 김씨는 “자동으로 열·습도 조절도 되고 기름보다 연료비도 싸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실제는 엉터리였다”며 “김이 잘 마르지 않아 상하기 일쑤고, 건조가 되더라도 모양이 뒤틀려 상품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취재팀이 1일부터 나흘간 전남 장흥군·해남군 일대에서 만난 김 공장주들은 E사의 건조기 이야기만 꺼내면 하나같이 고개를 흔들었다. 공장주들은 “E사가 불량 기계를 설비하고 사후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컸다”고 입을 모았다. 대다수 어민들은 피해를 보면서도 정부 보조금을 도로 토해낼까봐 ‘쉬쉬’ 하는 형편이었고, 그 사이 어가 피해는 계속되고 있었다.E사 제품을 들였다가 공장 문을 닫은 전남 장흥군 김모씨가 가동을 멈춘 김 건조기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노려보고 있다.◆엉터리 기계에 농락당한 어심(漁心)전남 해남군 화산면에서 김 공장을 하는 정모(49)씨는 E사의 직원을 만난 때를 지난해 7월쯤으로 기억했다. “공기를 열에너지원으로 하는 E사의 ‘공기열 히트펌프’를 쓰면 김을 말리는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E사 직원은 정씨에게 ‘완도에 사는 전직 수협 조합장의 공장에서 쓰고 있는데 김의 품질도 매우 좋다’고 기계를 선전했다. 그가 내민 홍보책자에는 기계에 자동으로 온도와 습도를 제어하는 최신 기능이 탑재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정씨는 1억6000만원을 들여 이 기계 8대를 들여놨다. 그러나 기계는 번번이 고장나고, 수리비로만 수천만원을 날렸다. 정씨의 피해액만 해도 줄잡아 3억원 정도다. 정씨는 “김 생산은 10월부터 5월 초까지 ‘한철’ 사업이다 보니 기계에 문제가 생겨도 E사가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면서 계속 수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전남 해남 정모씨의 공장 밖에 김 건조기가 방치돼 있다. 기계를 떼내는 데만 수천만원이 들어 자금이 부족한 업체는 공장 안에 그대로 두기도 했다.인근에서 김 공장을 운영하는 박모(56)씨도 E사 기계가 말썽을 일으켜 지난해 10월을 전후해 약 한달간 공장을 운영하지 못했다. 박씨는 “기계의 김 건조 성능이 형편없어 돌김 생산 시기를 놓쳐 버렸다”며 “납품 약속을 지키지 못해 거래처의 신뢰를 잃은 것은 돌이킬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장흥과 해남 일대에 피해를 본 김 공장만 10여곳. 피해 어민들은 E사 제품을 두고 이구동성으로 “애초 김 건조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기계”라고 말했다. 김을 말리려면 건조 온도가 섭씨 45∼50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 기계는 38도만 돼도 멈춰서기 일쑤였다. 다른 김 건조업체 임원은 “제품 사양이 홍보책자에 소개된 것과 다르다”고 의아해했다.◆불량기계 납품, 과거에도 있었다취재팀은 피해 어민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E사가 과거 양식업자들에게 판매한 해수열 히트펌프도 상당수가 폐기처분됐던 것. 전남 완도군 보길도의 양식업자 3명이 이 업체 기계를 들였다가 낭패를 봤다. 전복을 양식하는 김모씨는 “기계를 들였는데 작동이 안 돼 소송 직전에 합의했지만, 기계는 양식장 밖에 방치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진도의 양식장 3곳도 2008년 정부 보조금을 받아 이 기계를 구입했다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해남의 김 공장주 정씨는 “3곳 중 1곳은 간신히 기계를 돌리고 있고 나머지 2곳은 기계를 전혀 쓰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말 못하고 ‘끙끙’ 앓는 어민들‘전력’이 있는 E 업체의 기계가 어민들을 또다시 울린 배경에는 ‘수산물 산지가공시설 현대화 사업’ 보조금 제도의 허점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받고 기계를 구입한 어민들이 피해를 보고도 소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피해사실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전남 강진군의 오모씨는 정부에서 2억원을 보조 받아 도입한 E사 기계가 시운전 과정부터 불량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당국에는 알리지 않았다.장흥군의 공장 5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장흥군 관계자는 “E사가 ‘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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