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재판장이 합의를 종용하기도 하고 합의하겠다는 당사자들에겐 “합의할 수 있겠느냐”고 따지는 등 상당히 냉소적이었다. 많은 업무에 시달린 사람처럼 귀찮아 하는 태도는 정의를 실현하려는 법조인의 자세인지 의문이 들었다. 처음에 ‘법정에서 졸고 있는 판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설마 했는데 방청할 때마다 한명씩 보는 것 같다.
서울대, 외국어대 등 대학생들이 1년간 법원 재판 모니터링 활동을 한 뒤 내놓은 소감이다. 최근 ‘막말 판사’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한 가운데 사건 당사자나 변호인을 대하는 일부 법관의 태도가 여전히 고압적임을 보여준다. 법정에서 졸거나 재판에 지각하는 판사를 봤다는 증언도 적지 않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19일 대법원 국정감사에 앞서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과 함께 진행한 법정 모니터링 활동 결과를 공개했다. 모니터링은 2009년 7월부터 1년 동안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시민, 대학생 등 연인원 4307명이 참여했다.
설문에 응한 모니터 요원의 14.3%인 604명은 “판사가 반말을 섞어 쓰거나 당사자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응답했다. 986명(22.9%)은 “판사들이 당사자 진술이나 증언을 제대로 듣지 않고 증언 도중 말을 가로막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판사들이 재판에 늦게 들어온 걸 목격했다”는 응답자도 498명(11.6%)이나 됐다. 이들 중 422명은 “지각한 법관이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171명의 모니터 요원은 “재판 중 졸고 있는 판사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 중 3명은 심지어 합의부 재판장이 조는 모습을 봤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347명은 “형사재판에서 판사가 피고인 진술을 들을 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걸 보지 못했다”, 100명은 “증인 신문을 할 때 ‘위증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날 국감에서도 판사들 막말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원들 질타가 쏟아졌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앞으로 법관 교육에 더욱 힘을 쓰고 해당 판사한테는 징계 등도 강구할 것”이라며 “법원장이 재판을 자주 방청하고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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