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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주의 흔드는 ‘공직자 위장전입’

입력 : 2010-08-20 20:44:39 수정 : 2010-08-20 20: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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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진학·부동산 취득 등 이유 ‘범법행위’
MB정부 ‘8·8 개각’ 후보자들도 줄줄이 논란
“불법 사실 땐 스스로 사퇴 전통 만들어져야”
최근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법을 더욱 엄격히 준수해야 할 공직자들이 법을 어기면서 ‘준법 불감증’만 조장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정부 들어 위장전입한 공직자의 임명이 잇따르면서 ‘공직자 위장전입은 치외법권’이라는 비아냥까지 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소한 흠이라는 이유로 어물쩍 넘어가는 사회 분위기가 ‘끝없는 위장전입’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취득을 위해…자녀 진학을 위해…=실제로는 그 지역에 살지 않으면서 주소만 옮겨놓는 위장전입.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이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이후 위장전입은 자녀 진학을 위해서로 목적이 달라졌을 뿐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15일 본지가 김대중정부에서 이명박정부에 이르기까지 위장전입이 문제가 된 주요 공직자 32명의 관련기록을 분석한 결과 위장전입 사유는 부동산 취득 목적이 15건, 자녀 교육 목적이 13건으로 주를 이뤘다. 나머지 4건은 선거운동 목적 등 기타 사유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김대중정부에서는 1998년 주양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장전입으로 사임했고, 장상씨와 장대환씨는 2002년 위장전입을 포함한 여러 의혹으로 국무총리에 오르지 못했다. 노무현정부에서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 8명이 위장전입 문제로 장관직을 사임하거나 국회 청문회 때 곤욕을 치렀다.

이명박정부 들어 위장전입은 주요 공직자 인사 때마다 문제가 됐다. 이 대통령 스스로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자녀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 논란에 휘말렸다.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자와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위장전입으로 후보 사퇴한 것을 비롯해 정운찬 전 총리와 이귀남 법무장관, 민일영 대법관, 김준규 검찰총장 등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8·8 개각’에서 등용된 공직 후보자들도 대거 위장전입 논란에 휘말렸다.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는 지난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006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경기도 용인으로 위장전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법치의 보루’인 대법관 후보자마저 범법을 인정한 셈이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교육을 위해 5차례 위장전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도 자녀 고교 배정을 위해 1998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종로구 사직동으로 주소를 옮겼고,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도 2000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아파트에서 인근 아파트로 위장전입했다.

◆“고위공직자가 준법 불감증만 조장”=주민등록법상 주소만 바꾸는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폭행죄(2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나 과실치사(2년 이하 금고나 700만원 이하 벌금) 등과 비교하더라도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우수 학군을 찾아 위장전입하다 적발되면 1급 문서위조죄가 적용돼 정식 재판에 회부되며 징역형까지 선고된다.

그동안 우리 고위 공직자들은 “죄송하다”는 사과 한 마디만 한 채 책임을 지려하질 않았다. 공소시효가 3년으로 짧다보니 위장전입 금지 취지가 무색하다. 불법을 저지르고서도 장·차관에, 사정기관 수장 등에 임명되는 걸 보다 보니 국민들의 도덕적 기준이 하향 평균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나오는 “차라리 위장전입을 합법화하자”는 주장은 이 같은 부작용을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상지대 홍성태 사회학과 교수는 “이명박정부 들어 ‘위장전입이 고위직으로 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말이 나돌았는데,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이런 일이 자꾸 쌓이면 국민에게 위화감과 불신감만 심어줘 소통과 통합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참여연대 이재근 행정감시팀장도 “엄격한 법적·도덕적 기준을 적용받아야 할 공직자가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은 법치주의를 어지럽히고 훼손하는 것”이라며 “후보자 발표 전 인사 검증을 강화하고 검증 과정에서 불법 사실이 드러나면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는 전통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중·유태영 기자
■고위공직자 위장전입 리스트
구 분 대상자 위장전입 사유 결 과
김대중 정부 주양자 보건복지부장관(1998년) 부동산구입 사임
장 상 국무총리 후보(2002년) 아파트 추가매입 부결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2002년) 자녀교육 부결
노무현 정부 이헌재 경제부총리(2005년) 부동산 구입 사임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2005년) 부인 부동산 구입 사임
홍석현 주미대사(2005년) 부인 부동산 구입 통과
김명곤 문화부장관 후보(2006년) 자녀 진학 통과
이용섭 행자부장관 후보(2006년) 부인 분양권 획득 통과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2006년) 선거운동 통과
이택순 경찰청장 후보(2006년) 자녀 진학 통과
이규용 환경부장관(2007년) 자녀 진학 통과
이명박 정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2007년) 자녀 진학 후보 선출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2008년) 부동산 구입 통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자녀 징병검사 통과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2008년) 부동산 구입 사퇴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2008년) 부동산 증여 사퇴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2008년) 부동산 구입 사퇴
     
오세빈 중앙선관위원(2008년) 부동산 구입 통과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2008년) 부동산 구입 사임
현인택 통일부장관 후보(2008년) 해외체류 자녀 진학 통과
이만의 환경부장관 후보(2008년) 자녀 진학 통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2009년) 자녀 진학 사퇴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2009년) 자녀 진학 통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2009년) 부인 전원주택 마련 통과
임태희 노동부장관 후보(2009년) 장인 선거운동 목적 통과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2009년) 자녀 진학 통과
민일영 대법관 후보(2009년) 아파트 분양권 획득 통과
이인복 대법관 후보(2010년) 아파트 분양권 획득 ?
신재민 문화관광부장관 후보(2010년) 자녀 진학 ?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2010년) 자녀 진학 ?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2010년) 자녀 진학 ?
*사임:공직 사퇴, 부결:국회인준 부결, 통과:인사청문회 통과, 사퇴:공직후보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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