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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수시간 놓칠라" 밤새고… 공원 연못 물까지 식수로

입력 : 2009-02-09 09:24:02 수정 : 2009-02-09 09: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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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타는 태백' '전시 난민촌' 같은 가뭄 현장
화장실 사용 못해 산으로… 20여일 더 지속땐 대책 없어
바닥 드러낸 상수원 8일 극심한 가뭄으로 태백권 상수원인 광동댐 수문 앞까지 물이 마르면서 댐 바닥이 바짝 말라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다. 현재 댐 저수율은 22%대에 머물고 있다.
강원일보 제공
“난민촌과 생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계곡물을 길어 와 생활하고 있지만 이대로 며칠만 지나면 모두 물을 찾아 피난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8일 오후 1시쯤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속칭 피내골에서 만난 최분옥(73)씨는 현재 강원도 태백시 주민들이 물 부족으로 겪는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고무호스로 계곡물을 받아 빨래를 하던 최씨는 “우리 마을은 하루 한두 차례씩 공급되는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지만 산속에 위치한 마을에서는 계곡물을 먹고 있다”고 말해 태백시의 물 부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했다.

산속 마을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계곡물을 먹고 있지만 태백시가 한때 탄광지역이어서 건강을 위협할지 모른다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수돗물이 한 달 정도 나오지 않자 주민들의 생활은 엉망진창이 돼 버렸다. 목욕이라는 말은 아예 꺼내지도 못하고, 세탁기 사용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1시간씩 이뤄지는 수돗물 공급시간에 맞춰 물을 받고 세수하고 머리를 감기 위해서는 오전 5시쯤 일어나 준비해야 한다. 집집마다 욕조와 플라스틱 통에 물을 받느라 새벽부터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용변은 식구가 다 본 후 한꺼번에 물을 붓고 있다. 일부 고지대 아파트단지의 간이화장실은 아침마다 주민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변기의 용변을 흘려보낼 물이 없어 산에 가서 ‘볼일’을 보는 주민들도 있다. 전시 난민촌을 방불케 한다.

갓난아기 등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매일 목욕시킬 물이 없는 데다 제한급수로 인해 난방마저 안돼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이나 친척집으로 ‘피난’을 가고 있다.

태백시에 있는 낙동강 발원지 황지공원은 이 지역의 물 부족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형 급수차들이 연못에서 솟아나오는 하루 2000t의 물을 수시로 퍼 실어 정수장으로 나르고 있다. 연못 물을 식수로 퍼간 것은 1989년 태백시가 광역상수도를 공급한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9일 개학을 맞는 학교들의 걱정은 더 크다. 제한급수로 인해 학생들의 급식 차질은 물론 화장실 사용 불편이 커 정상수업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태백시내 음식점들도 죽을 맛이다. 물이 부족해 설거지가 필요 없는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장모(60)씨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손님이 줄었는데 물 부족까지 겹치면서 손님이 뚝 끊겼다”며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물관리를 담당하는 곳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한심하다”고 말했다.

태백권 상수원인 광동댐의 저수율이 낮아 앞으로 20여일이 지나면 대책이 전무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광동댐 저수율은 22%이며, 이 상태로 가면 27일 후에는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뭄으로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 등 강원 남부 4개 시·군 지역 주민 6만5000여명이 수돗물 제한급수로 ‘난민촌 생활’을 하고 있다. 평상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공급량 때문에 4개 시·군 모두 제한급수되고 있으며, 태백시 8개 지역 1650가구 3250명은 급수가 완전 중단된 상태다.

태백=박연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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