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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문명의 역습 나를 지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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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13 09:44:12 수정 : 2013-07-13 09: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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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달고 사는 당신… ‘디지털 치매’ 주의보
머리보다 기기에 의존, 방금 전에 본 것도 깜박
직장인 절반 “증상 의심” 3명중 1명 “가족번호 몰라”
연예기획사에 다니는 김수영(가명·37)씨에게 스마트폰은 ‘요물’이다. 4년 전 스마트폰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편리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메일, 뉴스를 확인하려고 컴퓨터를 켤 필요가 없었고, 일정도 바로 기록, 확인할 수 있어 즐거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도 골칫거리지만, 뭐든지 쉽게 잊어버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직업의 특성상 온종일 메일을 확인하고 뉴스를 검색하는데, 어느 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방금 전에 본 것도 생각이 안 날 때가 있어요.” 스마트폰 탓에 기억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게 두렵지만 일 때문에 스마트폰을 내려놓을 수도 없어 이래저래 고민이다.

‘손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김씨처럼 기억력과 주의력이 떨어지는 소위 ‘디지털 치매’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심각성은 서울의 직장인 100명을 상대로 지난 4, 5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12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스마트폰을 쓴 후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두 명 중 한 명은 ‘디지털 치매’를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설문 대상자 중 디지털 치매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는 24명을 제외하면 디지털 치매 의심 비율은 57.89%로 높아진다.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기억력 감퇴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기억력 감퇴는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 숫자가 감소한 데서도 확인된다. 응답자들이 기억하는 전화번호는 평균 5.74개에 불과했다. 30여개의 번호를 기억한다는 응답자도 있었지만, 기억하는 전화번호가 1개뿐인 사람도 있었다. 가족의 휴대전화 번호조차 일부(23%)만 외우거나 아예 외우지 못하는 사례(6%)도 많았다.

스마트폰 폐해를 걱정하지만 해결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의료진과 상담해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응답자 9.8%가 기기 사용시간을 줄인 게 고작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2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률은 11.1%로 전년(8.4%)보다 2.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률은 18.4%로 전년(11.4%)보다 7.0%포인트나 늘었다.

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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