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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으로 ‘반정부 사이트’ 어떻게 운영하라고…

입력 : 2011-02-16 00:10:47 수정 : 2011-02-16 00: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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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실명제 논란 이집트 시민혁명의 영웅인 구글의 지역책임자 와엘 고님이 페이스북 사이트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을 때였다. 고님은 ‘와엘을 저항세력의 대변인으로’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고, 친구로 등록한 사람이 15만명이 넘었다. 왕성한 활동을 하던 이 사이트가 어느날 갑자기 페이스북 측에 의해 폐지됐다. 고님이 시위를 촉구하는 사이트를 익명으로 운영함으로써 페이스북의 실명제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고님은 그 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사이트를 계속 운영했으나 결국 신분이 당국에 발각돼 12일간 감금됐다.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중동의 민주화 바람에 촉매 역할을 하면서 새삼 페이스북의 실명제 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전 세계 5억5000만명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의 실명제가 페이스북을 통해 반정부 활동을 하는 민주인사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재정권이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작정하고 추적하려 한다면 얼마든지 파악해 탄압할 수 있다고 인권단체는 걱정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리처드 더빈 상원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의 최고 경영자 마크 주커버그에게 편지를 보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는 민주인사와 인권운동가들을 보호하는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라며 실명제 폐지를 촉구했다. 더빈 의원은 “페이스북이 인권을 보호하고 독재정권에 의해 악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보호장치를 갖추지 않은 것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페이스북 측은 실명제 원칙을 수정할 생각이 없다. 사용자들이 가명이나 익명을 사용해 계정을 만드는 것을 계속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실명을 쓰지 않으면 사이트의 진정성을 해치거나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페이스북 이용자가 200만명인 튀니지와 500만명인 이집트에서 페이스북이 독재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도 페이스북 경영진은 홍보는커녕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실명제 비판이라는 역풍을 의식하거나 시장 개척 차원에서 새로 진출할 독재국가들에 눈엣가시로 낙인찍혀 제재를 받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기홍 선임기자 kimk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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