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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칠레 매몰 광부 33명의 24시…조직적 '생존투쟁'

입력 : 2010-09-11 20:45:33 수정 : 2010-09-11 20: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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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내 폭포서 세면…전등 켜 대낮처럼 축구경기 시청도
규율·통제 엄격…음식은 외부 조달 매몰 일상 기록도
칠레 산호세 광산 지하 700m 갱도 속. 지름 8.8cm의 구멍이 유일한 외부 소통로인 매몰 광부들의 생존투쟁이 눈물겹다. 극한상황에서 한 달 이상 생존했고 앞으로 또 석 달 이상 버텨야 할 이들의 생존 원동력은 엄격한 규율과 통제다. 9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매몰 광부 33인의 일상을 전했다.

오전 7시30분. 갱도 내 전등이 켜지면 하루가 시작된다. 매몰 직후 갱도 내 차량 전조등으로 내부를 밝혔지만, 그동안 전기기술자가 구석구석 전등을 설치했다. 갱도 내부는 붕괴 이후 한 번도 암흑인 적이 없었다. 외부세계의 밤낮과 비슷하게 일부러 전등을 켜고 끌 뿐이다.

8시30분. 아침식사가 공급된다. 길이 3m의 어뢰 모양 캡슐 ‘피전(비둘기)’이 외부 연결통로를 통해 바깥 음식을 배달한다. 음식이 갱도까지 오려면 한 시간 이상 걸린다. 광부 중 피전 담당자 3명이 지정됐다.

이들은 피전이 들여오는 물과 음식, 의약품, 메시지 등을 받고 정리한다. 아침식사 후 정리정돈이 시작된다. 광부들은 위생을 위해 화장실과 쓰레기 배출지역, 심지어 재활용품 수거지역까지 구분해뒀다. 샤워 등 세면은 갱도 내 작은 천연 폭포에서 해결한다.

식사·세면 후 일과가 시작된다. 광부들은 ‘대피소’ ‘램프’ ‘105’의 3개 조로 나눠져 각각 조장의 지휘를 받는다. 매몰 당일 갱도 감독관이었던 루이스 우르수아가 조장들을 통솔한다.

매몰 광부는 모두 갱도 작업 전문가다. 스스로 할 일을 잘 안다. 일부는 구조작업과 관련해 외부 지시를 수행하고 나머지는 ‘맡은 일’을 한다.

광부들은 매우 조직적이다. 실내 공기 오염도와 습도 등을 측정해 외부에 보고하는 담당자가 있고, 또 다른 붕괴 조짐을 점검·경고하는 팀도 있다. 음향, 비디오 전문가들은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광부들은 심지어 자신들의 매몰 일상을 기록할 카메라맨과 기록원, 시인까지 공식 지정했다.

12시 점심식사 배달이 시작된다. 식사 후 전체 모임이 열리고 갱도 내 공식 목사 주관으로 단체 기도를 한다. 오후에는 외부와의 화상회의를 통해 작업 지시도 받는다. 그 외 오후는 대부분 자유시간이다. 가족에게 편지를 쓰거나 쉰다.

오후에는 주요 일정 중 하나인 ‘회진’이 있다. 전문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광부 호니 바리오스가 의사 역할을 한다. 그는 매일 동료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외부에 전달한다. 한때 약대 진학을 시도했던 바리오스는 외부 전문가 도움으로 주사와 약물치료까지 시행한다. 의료진은 조만간 동영상으로 바리오스에게 추가 의료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저녁식사 후는 문화·여가 시간이다. 이를 위해 비디오 게임과 MP3 플레이어 등이 공급됐다. 최근 칠레와 우크라이나 국가대표 친선 축구경기가 생중계됐다.

오후 10시. 갱도 내 불이 꺼지고 일과가 끝난다. 최근 외부에서 공급된 푹신푹신한 공기 침대가 광부들을 감싼다. 광부들은 구조될 날이 하루하루 가까워지기를 기도하며 잠을 청한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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