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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야 산다" 칠레 매몰광부들 사투

입력 : 2010-08-31 02:35:16 수정 : 2010-08-31 02: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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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터널 지름 겨우 66㎝… 뚱뚱한 체격 통과 어려워
피신처에 흙·돌 덮칠 우려… 구조 기다리며 교대로 일
“구조되고 싶으면 살을 빼십시오. 그리고 계속 노동도 해야 합니다.”

칠레 산호세 광산의 갱도에 매몰된 광부 33명을 구하기 위한 굴착 작업이 30일 시작되면서 이들에게 지상 과제가 떨어졌다. 다이어트와 노동이다.

27일 미국 MSNBC 방송에 따르면 하이메 마날리츠 칠레 보건 장관은 매몰 광부들에게 허리 둘레가 89㎝를 넘지 않도록 체중을 조절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매몰 광부를 구하기 위해 계획 중인 탈출 터널의 지름이 66㎝이기 때문이다.

광부들은 그동안 최소한의 식량만으로 버텨 체중이 약 8∼10㎏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건장한 체격의 광부들에게 66㎝ 터널 통과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성인의 평균 허리 둘레는 남성이 100㎝, 여성은 94㎝다. 게다가 이들 광부에게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열량과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 외부에서 공급되기에 각별한 다이어트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광부들은 또한 매몰 이전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높은 강도의 갱도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구출용 터널 굴착 작업이 시작되면서 매몰 광부들이 피신한 공간에 수천 t의 돌과 흙이 쌓이기 때문이다.

구조팀은 이날 호주산 유압 굴착기 조립을 마쳤다. 이 기기는 우선 지름 35㎝의 ‘파일럿’ 구멍을 하루 최고 20m의 속도로 뚫게 된다. 3∼4개월 뒤 터널이 광부들이 있는 지점까지 다다르면 구멍의 지름을 66㎝까지 넓히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3000∼4000t의 흙과 돌이 그대로 광부들이 피신한 곳으로 떨어진다. 이를 빨리 치우지 않으면 터널과 피신처가 금세 막힐 수 있다. 구조책임자 안드레스 수가레트에 따르면 이 흙과 돌을 다른 곳으로 치우려면 광부 6명이 24시간 내내 교대로 일해야 한다.

칠레 당국은 파일럿 터널 외에 다각적인 구출 작업을 고려하고 있다. 5일 광산 붕괴 당시 무너진 광산 입구가 있던 지점을 뚫는 방안과 광부들이 모인 곳에서 약 300m 떨어진 지름 12㎝의 기존 갱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29일에도 매몰 광부들의 동영상이 공개됐다. 동영상에서 광부들은 구조작업에 대한 감사와 함께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일부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칠레 정부는 장기간의 구조작업이 벌어지는 동안 광부들이 우울증에 빠지지 않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수일 안에 비디오게임기와 DVD, MP3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일부 광부는 진균에 감염되거나 염증을 일으켜 300m 떨어진 건조한 곳으로 옮겨졌으며, 조만간 인플루엔자와 폐렴 예방접종도 받을 예정이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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