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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나의 필름포커스]쇼킹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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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5-13 19:31:54 수정 : 2008-05-13 19: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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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의 굴레 솔직하고 발랄하게 성찰
개인과 가족의 관계를 성찰하는 ‘쇼킹 패밀리’는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를 돌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끝에 마침내 극장에 입성한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를 만든 제작진 자신들의 가족이야기부터 고백하며 시작하는 이 영화의 힘은 솔직함과 발랄한 현실 들여다보기이다. 그런 솔직 발랄함 속에서 유머가 발생하여 논쟁적인 영화 보기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20대 세영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벌어지는 간섭으로부터 독립해 독신으로 살아간다. 월세와 온갖 세금에 시달리는 누추한 삶이지만 자유로운 삶의 대가이다. 시댁 식구 뒤치다꺼리로 살아가던 30대 경은에겐 영화제작 기간이 이혼 과정이기도 하다. 

감독이기도 한 경순은 이혼 후 딸과 사는 싱글맘이다. 스태프와 공동체 삶을 꾸려가는 그녀는 이미 대안가족을 실현하는 중이다. 영화와 함께 진행되는 삶 자체의 영화화가 생생하다.

제작진 엠티와 생일파티, 회식자리나 모임에서 가족 판타지의 부조리와 가족으로 인한 상처들이 줄줄이 고백된다. 이를테면 엄마에게 얻어터졌던 어린 시절의 상처 같은 것들인데, 이제와 왜 그랬는지 물어보면, 그때 살기 힘들어서 그랬다는 엄마의 변명성 대답이 돌아온다. 이렇듯 아픈 가족사는 세월이 흐른 뒤 비극적이기보다 어이없는 웃음으로 풀려나간다.

이제 가족 개념은 사회 속에 설정된다. 전통 가족 수호를 주장하며, 여자가 다 참고 살아야 가족이 행복하다는 주장으로부터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 수상식이 증언하는 헌신적 모성상 받들기가 그려진다. 

가족을 중요시하는 한국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 입양아를 만들어내는가 하고 묻는 입양아 빈센트의 지적은 아프다. 이렇듯 다양한 상황과 입장들이 틈틈이 끼어들면서 앞뒤 안 맞는 가족 판타지의 부조리한 속내를 벗겨 나간다.

여러 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평범한 가족사란 존재하기 힘들다. 그래도 가족이기에 비밀을 묻어둔 이들의 아픔과 원망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감독의 재능은 다큐의 매력인 진정성과 진실의 힘을 증명해낸다. 먼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고백이 전염된 탓인지, 이 독특한 가족탐구 다큐는 개인적이지만, 개인사에 그치지 않은 채 관객 각자의 가족 경험과 접속하게 만드는 공명의 파장을 객석에 퍼뜨린다. 

그래서 관객과의 대화시간엔, 늘 “제 가족사(의 상처)를 말하고 싶어요”라는 열기가 감지된다. 가족도 관계일진대 개인의 억압과 업보로부터 유연한 다양한 대안가족의 구성은 이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다.

사족: 혈연가족을 선험적인 절대 진리로 여기는 사람들의 가족에 대한 고루한 생각이 ‘쇼킹’하기에 제목을 ‘쇼킹 패밀리’라고 붙였다고 한다.

동국대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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