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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고 꺾이고… 온통 ‘비명’
망연자실 원·달러 환율이 폭등한 8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거래를 마친 한 딜러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왼쪽) 8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직원이 망연자실한채 코스피지수 그래프를 보고 있다.
허정호·남제현 기자
‘백약이 무효.’ 외환과 주식시장에 공포와 충격이 밀려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연일 폭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8일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가 자취를 감춘 채 달러를 사겠다는 주문만 폭주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환율 폭등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번지고 있다. 주식시장도 그동안 주가 바닥으로 여겨져온 1300선마저 맥없이 무너졌다. 증권사 객장에는 투자자들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이날 증시 폭락으로 44조원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전일 756조2058억원에서 711조4048억원으로 44조8010억원이 줄었다. 1051조7631억원을 기록했던 작년 말에 비교하면 340조3583억원이 날아간 셈이다.

◆공포에 휩싸인 외환시장=환율은 4일 만에 무려 208원이나 급등, 달러당 1400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환율이 치솟은 것은 씨가 마르다시피 한 달러를 구하려고 경쟁적으로 달러값을 높여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높게 불러도 달러를 내놓는 곳이 없어 실제 이뤄진 거래는 많지 않다.

A은행 자금부장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비드오퍼(매수주문)만 나오고 실질적으로 이뤄진 거래는 없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를 꿔주고 싶은 곳이 있어도 떼일까 불안해 하루 꿔주고 돌려받고, 하루 꿔주고 돌려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도와 위험도를 테스트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환선물시장은 수일째 개점휴업 상태다. 뛰는 환율에 외환선물시장은 마비돼 버렸다.

달러 선물시장의 가격제한폭이 3%인데 연일 환율이 3% 이상 급등하면서 선물거래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환율 변동위험을 선물시장에서 헤지하려는 투자자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현 상황을 “외국인의 주식투매와 경상수지 적자로 그렇지 않아도 달러화가 부족한데 미국 금융위기까지 겹쳐 상황을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달러 사재기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은 올 들어 33조원대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고 무역수지는 9개월간 142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달러 품귀현상이 지속될 경우 금융 경색→흑자기업 도산→실물경제 악화의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면 금융기관의 자금 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기업에 자금이 가지 못해 투자가 줄고 민간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며 “위기가 온다면 외화 유동성 문제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도 쑥대밭=주식시장도 환율 폭등에 아연실색, 다시 투매양상이 빚어졌다. 코스피지수는 사자세가 실종, 개장하자마자 40포인트나 빠진 데 이어 갈수록 낙폭이 커졌다. 그동안 5년간 쌓아 왔던 주가저항선 1300선도 맥없이 무너졌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지난 60개월간 평균 코스피지수가 1300선 초반이며, 이 선이 붕괴될 경우 그동안 사들였던 모든 주식에서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악재에만 반응하는 패닉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더 이상 주가바닥을 찾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글로벌 금융 충격 여파로 국내 부실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불거졌다. 건설 경기 침체로 자금난을 겪어온 건설주에서 하한가가 속출했고 금융주들도 급락세를 빚었다. 그동안 유동성 악화설에 시달려 왔던 대기업주도 폭락했다.

3분기 ‘어닝시즌’도 큰 악재로 작용했다. 성진경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이번주부터, 한국은 다음주부터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3분기 실적이 나쁠 수밖에 없어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꼬일 대로 꼬인 가운데 실물경제의 충격도 심화되는 상황에서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춘렬·박성준 기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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