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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위인전 사료부족으로 왜곡 심해…식민사관식 해석 답습”

입력 : 2013-03-27 18:14:38 수정 : 2013-03-27 18: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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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서울대병원 연구교수 지적 대중매체가 전달하는 역사에는 왜곡 논쟁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대중적 재미를 염두에 둬야 하는 속성을 고려한다 해도 오류와 왜곡이 심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매체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는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역사책은 어떨까. 한양대 비교문화연구소는 29일 ‘어린이·청소년 역사책, 길을 묻다’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어 이런 의문에 대해 짚어본다.

1960년대 이후 출판된 주요 과학기술자 위인전의 서술 내용이 “식민사관의 한국 전근대사 해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김태호 연구교수의 견해다. 김 교수는 “주인공을 높이다 보니 주인공을 둘러싼 사회, 시대 전체를 낮추는 서술 경향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주적 역법을 추구한 세종과 장영실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해 당시 명나라 중심의 중화질서의 모순과 여기에 사로잡힌 신료들의 불합리성을 부각하는 것과 같은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

김 교수는 “한두 명의 천재가 돌출해 시대의 요구와 무관한 과학기술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며 “소수의 천재, 불합리한 사회, 내재적 역량의 부족 등은 결과적으로 식민사관의 해석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의 기본인 사실 전달조차 안 되는 사례도 꼬집었다. 그는 “주인공에 대한 평가가 ‘품성’ 문제로 환원되다 보니 주인공의 ‘본받을 점’을 찾아내거나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이 많다. (사료가 부족한) 전근대 인물의 성장과정, 인품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날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서울교대 임기환 교수는 역사책 집필의 핵심 자료가 되는 초등학교 국사교과서의 문제를 꼼꼼히 짚었다. 그는 교과서의 시각자료가 서술 내용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사례가 많음을 꼬집었다. ‘날카롭고 단단한 무기를 만들었다’고 설명을 달아 놓고는 녹이 슬어 바스러질 듯한 ‘철검’의 사진을 제시한 경우 등이다. 유물의 명칭을 쉽게 풀어 쓴 경우가 한자명 그대로 쓴 경우가 혼재해 있다며 일정한 기준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쓰는 것이 학습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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