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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으로 떠나자’ 詩리도록 빼어난 정취에, 가을도 서둘러 왔나

입력 : 2012-09-07 08:11:33 수정 : 2012-09-07 08: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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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700m의 내륙 고원지대에 자리한 강원도 평창에는 가을이 빨리 찾아온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지대에 자리한 데다 숲이 깊은 평창은 한여름에도 새벽에는 난방을 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낮다. 요즘 평창의 바람에는 벌써 서늘한 가을의 기운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평창 남쪽의 미탄면이 최근 들어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평창의 대표적인 여행지는 아무래도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북쪽의 봉평면, 용평면, 진부면 등이다. 이 일대에는 벌개미취꽃밭과 호젓한 전나무 숲길 등 초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 9월 하순까지 30도에 육박하는 늦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발 담그고 한낮의 땀을 식힐 수 있는 계곡도 여럿이고, 갈증에 즉효인 시원한 명품 약수도 있다. 평창은 이같이 초가을 여행지로 매력이 넘쳐나는 곳이다.

밤새 내리던 비가 멎고 평창 흥정계곡 팔석정에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아침햇살을 받은 팔석정이 완연한 가을색을 띠고 있다.
#양사언이 한눈에 반한 흥정계곡 팔석정


팔석정은 이름 때문에 정자로 오인하기 쉽지만, 실은 봉평면 흥정계곡에 있는 여덟 개의 바위다. 기이한 형상의 바위와 소나무가 빚어내는 팔석정의 아름다움은 조선 전기 4대 명필 중 한 사람인 양사언(1517∼1584)의 일화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양사언은 강릉부사 시절 이곳의 빼어난 경치에 취해 8일 동안이나 머물며 경치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에 평창은 강릉 땅이었다.

양사언은 그 후에도 1년에 세 번씩 찾아와 이곳의 경관을 즐기며 시상을 가다듬었고, 각각의 바위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세 개의 신산(神山)인 봉래(蓬萊)·방장(方丈)·영주(瀛洲)와 석대투간(石臺投竿·낚시하기 좋은 바위), 석지청련(石池淸蓮·푸른 연꽃이 피어 있는 듯한 바위), 석실한수(石室閑睡·낮잠을 즐기기 좋은 바위), 석요도약(石搖跳躍·뛰어오르기 좋은 바위), 석평위기(石坪圍碁·장기 두기 좋은 바위)라는 글씨를 새겼다고 하나, 지금은 글씨의 형체를 제대로 알아보기 어렵다. 아침이 되자 밤새 내리던 비가 멎고 팔석정에도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우악스럽게 열기를 뿜어내는 한여름 햇살과는 달리 초가을 햇살은 부드럽고 따스하다.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팔석정이 그윽한 멋으로 여행자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청정지역인 장전계곡 상류에 자리한 이끼 계곡.
#신비한 초록이끼 장관인 장전계곡


흥정·금당·뇌운·수항 등 유명 계곡이 즐비한 평창에서 장전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으면서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계곡으로 꼽힌다. 평창과 정선이 경계를 이루는 가리왕산의 서북 능선을 따라 오대천으로 흐르는 장전계곡은 맑은 옥류와 울창한 숲, 기암괴석이 어우러진다. 계곡 입구에서부터 완만한 산길이 이어지고, 바로 옆으로 물길이 흐른다. 열목어와 산천어가 서식하는 청정 계류가 어찌나 맑은지 물이 고인 소마다 푸른빛으로 투명하게 빛난다.

계곡길은 차로 오를 수도 있지만 천천히 타박타박 걸어 올라가도 좋다. 계곡 입구에서 3㎞쯤 올라가면 왼쪽 대궐터 계곡과 오른쪽 암자동 길로 나뉜다. 대궐터라는 이름은 옛날 맥국의 가리왕이 예곡의 공격을 피해 이곳에 궁궐을 지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대궐터 계곡 자락에는 ‘이끼계곡’이 있다.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푸른 이끼가 바위를 덮은 계곡은 원시림과 어울려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울창한 숲 사이를 겨우 비집어 들어온 초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이끼는 초록색 융단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싱그러운 벌개미취 꽃밭과 전나무 숲길

평창에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정물은 벌개미취다. 벌개미취는 8, 9월에 우리 땅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토종 야생초이지만, 한국 자생식물원에서는 보라색 벌개미취꽃이 산자락 한 면에 가득 차 있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오대산 자락에 자리한 자생식물원은 우리나라 고유의 풀과 나무로만 조성된 곳으로, 요즘 1만6500㎡(5000평)의 산자락이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봉평면의 휘닉스파크 리조트에도 슬로프에 벌개미취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방아다리 약수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국내 7대 약수 중 하나로, 떫고 쏘는 맛의 약수가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방아다리약수는 약수터 모양이 마치 디딜방아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방아다리약수는 매표소에서 약수터까지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인근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에 비하면 길이는 3분의 1 정도인 200m 정도지만 숲길의 정취는 그에 못지않다. 부드러운 초가을 햇살이 스며드는 전나무 숲길은 한여름보다 훨씬 더 상쾌하고 싱그럽다.

평창=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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