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그려내
◆마흔, 마운드에 서다-자이언츠 키드의 사회인 야구 도전기/정범준 지음/알렙/1만2000원
도전 이야기이다. 사회인 야구에 첫 발을 내디딘 마흔 살 사내의 도전 이야기이다.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 제1·2회 WBC대회 준우승, 그리고 2009년 천하무적 야구단 방송 개시 후에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사회인 야구팀만 2∼3만 개가 넘는다고 하며,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동호인들 또한 5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책은 작가와 사회인 야구인들의 땀과 열정과 꿈과 도전에 관한 기록을, 2년간의 발과 땀 그리고 체험을 바탕으로 쓴 논픽션이다.
2008년 서른아홉의 작가 정범준은, 삶에서는 무기력함이 더해져 가고,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져 가고, 심지어는 일에서도 실의를 느껴 가고 있었다. 작가는 삶의 희열을 되찾고 싶었다.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었다.
꿈 이야기이다. 그에게는 28년 전부터 품어온 꿈이 있었다. 프로야구가 한국에 처음 생긴 1982년, 파란 유니폼과 타자 헬멧이 너무나 갖고 싶어 초등 6학년 때 자이언츠 어린이 회원이 되었었다. 그때부터 그는 오래되고 뿌듯한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자.이.언.츠.창.단.어.린.이.회.원.이라는 자긍심이었다.
야구에 대한 특별한 추억과 회한을 가진 자이언츠 키드는, 어린 시절부터 그의 영웅이었던 최동원에 관한 평전 ‘거인의 추억’을 2007년에 쓰게 된다. 그렇지만 우여곡절 끝에 ‘거인의 추억’이 2008년에야 출간되었고, 이제 생애 전환기를 넉 달 앞두고 있는 중년 사내에게 있어서 삶의 희열은 점점 엷어져 가는 걸 느꼈다. 생의 엑스터시, 궁극의 희열이 뭔지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에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마흔까지 와버린 것이다. 그는 도전하고 싶었다. 인생 2막의 목표를 세우고 싶었다. 그라운드에 당당히 서서 "선수"라는 이름으로 불리고자 하였다. 프랑수아 트뤼포가 "영화를 사랑하는 마지막 단계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란 말을 했듯이, 정범준도 좋아하는 야구를 ‘직접 하는 것’이 진정한 팬덤의 완성이라 여겼다.
작가는 K 드래곤즈 야구단에 가입하면서 사회인 야구의 첫 발을 뗀다. 무슨 일을 시작할 때, 세 가지 목표를 세우는 것은 그의 습관이다. 그의 목표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것과 선발투수로 1승을 올리는 것, 그리고 홈런을 치는 것이다. 그 목표들을 하나씩 달성하는 게 삶의 희열(궁극의 엑스터시)이라고 생각했다.
야구 이야기이다. 작가는 2008년 9월부터 현재까지 2년여 동안 ‘야구인으로서의 삶’을 기록하였다. 10개월 동안 야구 레슨을 받은 것, 2년 동안 팀원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것, 평생을 갈비씨로 살아온 그가 마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70kg을 넘어 건장한 체구를 가지게 된 것, 한 번도 쓴 적 없었던 일기장을 2년 동안 계속 써온 것 등. 야구를 위해 몸이 바뀌고, 그 바뀐 몸이 다시 마음을 바꾸게 했다.
인생이 담겼다. 무엇보다 팀원들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한 여운과 감동을 준다. 야구가 인생이나 소설과 같다고 하는데, 팀원들 각자의 면면과 사연들 속에는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네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정범준은 그들 각각의 육성을 담아내고자 노력하였다. 어린 시절 가난하여 야구를 ‘못한’ 사람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야구를 ‘못하게 된’ 전직 프로선수들, 지금 하고 싶지만 가족과 생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썼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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