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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한 스님들, 행자시절은 어땠을까

입력 : 2008-01-31 11:31:30 수정 : 2008-01-31 11: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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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자씨 ‘나의 행자 시절’ 출간
◇사진 작가 김민숙씨가 촬영한 미공개 성철 스님 사진. 왼쪽은 성철 스님 상좌 원융 스님이고, 오른쪽은 원택 스님. ‘나의 행자시절’에는 김씨가 찍은 정감어린 옛 사진이 무수히 등장한다.
막상 머리를 깎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로 작심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던 어린 행자(예비수행자) 시절, 북풍한설이 몰아칠 때면 산중 절집은 왜 그리도 춥고 고통이 자심하던지, 부모와 형제가 생각날 때는 또 얼마나 큰 그리움이 강물처럼 밀려오던지…. 

수행자들이라면 누구나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애틋한 행자 시절 이야기가 출간됐다. 이 책에는 1900년대 초입을 살았던 노스님에서 2000년대를 열었던 젊은 수행자까지 망라돼 한국불교 1세기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다할미디어가 펴낸 ‘나의 행자시절’(전3권·사진)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석주·운경·장일(비구니)·고봉·탄성·상륜(비구니)·종성·범룡 스님을 비롯해 한국불교의 큰별 같은 112명의 비구와 비구니 스님들의 행자 시절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성철 스님의 행자 시절도 그의 상좌 원택 스님의 행자 시절을 통해 그려진다. 대흥사 도견 스님, 범어사 무비 스님, 지리산 황대선원 성수 스님, 백양사 수산 스님, 수덕사 원담 스님, 봉선사 월운 스님, 월정사 현해 스님, 탄허불교문화재단 혜거 스님, 도선사 혜자 스님 등 현대 한국불교의 등뼈를 이룬 인물들의 이야기는 콧등을 시큰하게 하기도 하고, 때론 웃음보를 터뜨려 놓기도 한다.

저자는 작가 박원자씨다. 그는 월간 ‘해인’의 ‘나의 행자시절’ 코너에 전국 산사를 돌며 수행자들의 출가 당시 에피소드를 담은 행자 시절 이야기를 취재해 정감어리게 소개해 왔는데, 이번에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1996년 9월부터 시작된 연재는 11년을 넘게 계속됐으니 저자의 구도에 가까운 취재 열정을 엿볼 수 있다 . 저자는 ‘나의 행자시절’을 펴내면서 1, 2권에는 새로운 인물들을 모았고, 3권에는 앞서 단행본으로 간행한 ‘나의 행자시절’에 나오는 인물들을 사진과 내용을 좀더 보강해 묶어놓았다. 전 3권에 한국불교의 1세기가 완벽하게 녹아 있는 셈이다.

해인사 극락전의 도견 스님은 스승인 지월 노선사를 극진히도 추억해 냈다. 장일 스님과의 인터뷰는 자정이 돼서야 끝이 났다. 저자는 탄성 스님의 ‘자신을 낮춰 아랫사람을 생각하는 마음’(下心)을 평생 잊지 못한다. 이 시대 최고의 강백 월운 스님은 행자 시절을 그에게 밝혔던 18장의 원고량대로 더도 덜도 안 되게 말해 그의 정밀함에 혀를 찼다. 서울 승가사 상륜 스님은 “한평생 너무 기쁘게 수행해 왔다”고 고백했다.

정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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