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한국 여성의 ‘경쟁력’에 관해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문 교육감 말처럼 상당수 엄마들이 아들 키우기의 버거움을 호소하며 “딸이 좋다”고 한다.

원로 시인 신달자(70)씨의 신작 에세이 ‘엄마와 딸’(민음사·사진)은 ‘딸’로서 70년, 세 딸의 ‘엄마’로서 45년을 산 저자의 관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엄마는 누군가의 딸이었다. 또 세상 모든 딸은 언젠가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 ‘엄마’와 ‘딸’은 결국 ‘여자’를 부르는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엄마와 딸은 왜 그 어떤 관계보다 복잡하고 예민하며 죽도록 사랑하는 관계인가. 그것은 아마도 엄마는 딸이, 딸은 엄마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독립성이 없는 두 가지 생(生)이, 두 가지 얼굴이 겹쳐지면서 자신이 싫듯 싫어하고 자신이 안쓰럽듯 안쓰러워하는 것 말이다. 그것은 엄마 속에 딸이 있고 딸 속에 엄마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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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달자씨는 “엄마와 딸은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엄마는 딸의 잘못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딸도 엄마의 약점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민음사 제공 |
책의 마지막에는 저자가 세 딸한테 쓴 편지가 실렸다. “사랑하는 내 딸들아”로 시작한 편지는 진한 여운을 남기며 독자들 눈가를 촉촉이 적신다.
“그래, 한 여자의 생이 저물고 한마디만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나는 너희들을 향해 ‘딸들아’ 이렇게 말하고 눈을 감을 것 같아. … ‘딸들아’라는 말 속에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가 다 들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남자로서 부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엄마와 딸은 세월이 갈수록 친구 같아지는데, 아버지와 아들은 왜 그렇게 되기가 어려운 걸까. 엄마와 딸은 마주 앉으면 화기애애한 대화가 끊이지 않는 반면 엄마와 아들 사이엔 왜 침묵만 흐를까. 다음에는 남자 문인이 쓴 ‘아버지와 아들’ 또는 ‘엄마와 아들’이란 책을 읽고 싶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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