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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중의 아프리카 로망] 남아공 ‘가든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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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2-25 21:52:00 수정 : 2010-02-25 2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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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길’ 빼어난 풍광 만끽
케이프타운을 벗어나 장거리 여행의 기분을 맛보면서 남아공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단연 ‘가든 루트(Garden Route)’다. 가든 루트는 우리말로 옮기면 ‘정원 길’이 되니 그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가든 루트는 대서양 해안가의 케이프타운과 인도양 해안가의 항구도시 포트 엘리자베스를 잇는 N2 도로를 따라가는 여행 코스다. 해안 도로를 따라가는 가든 루트는 낮은 구릉과 초원, 울창한 숲과 산, 호수와 강, 모래 해변과 계곡, 자그마한 마을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케이프타운을 기점으로 모젤 베이, 조지, 나이즈나, 윌더니스, 플레텐버그 베이, 치치카마 해안국립공원이 가든 루트의 하이라이트. 높고 험준한 산맥이 이어져 있는 북쪽 지역의 ‘와일드 루트(Wild Route)’와 대조적으로 가든 루트는 완만한 산과 바닷가가 이어져 있어 대체로 평온한 느낌이다. 기후 또한 온난하여 여행하기에 최적이다. 가든 루트는 케이프타운 지역 다음으로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숙박시설이나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배낭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20인승의 바즈 버스. 케이프타운에서 북쪽의 넬스프릿까지 주요 도시의 게스트하우스를 오간다.
가든 루트는 렌터카나 장거리 버스를 이용해 돌아다닐 수 있지만 배낭족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바즈 버스(Baz Bus)’라는 20인승의 미니버스다. 바즈 버스는 남쪽의 케이프타운에서부터 시작해 가든 루트의 도시들을 거쳐 포트 엘리자베스, 더반, 요하네스버그, 북쪽의 넬스프릿에 이르기까지 여행객이 주로 찾는 도시를 이어준다. 또한 바즈 버스를 이용하면 남아공과 인접해 있는 국가인 레수트나 스와질랜드까지도 쉽게 오갈 수 있다. 바즈 버스는 한 마디로 배낭족이 주로 머무는 게스트하우스와 교통수단을 연계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면서 바즈 버스를 예약해두면 다음 날에 게스트하우스에 승객을 데리러 오고 목적지의 게스트하우스에 내려주기에 여행객은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매우 편리하다.

단점은 직행버스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 모든 여행객을 원하는 목적지에서 내려주기에 당연히 경유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다른 여행객이 머무는 도시나 게스트하우스를 잠깐이나마 구경할 수 있기에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협곡 사이를 흐르는 불로크란스 강. 216m의 교각 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번지점프대가 설치돼 있다.
오랜만에 케이프타운을 벗어나 가든 루트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아침 8시 반이 되자 바즈 버스 기사가 예약한 승객들을 태우러 왔다. 케이프타운을 벗어난 바즈 버스는 와인 마을 스텔렌보쉬를 지나 한참 동안 대서양 해안을 따라간다. 산을 넘으니 넓은 구릉에 초원이 펼쳐진다.

몇 시간 후에 바즈 버스가 도착한 곳은 인도양 해안에 위치한 모젤 베이(Mossel Bay). 바다를 끼고 발달된 항구도시의 분위기가 언듯 보기에 케이프타운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이 든다. 포르투갈 출신의 탐험가 바르투루메우 디에쉬가 1488년 처음으로 상륙한 모젤 베이는 가든 루트의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로서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홍합이 많이 채취된다고 해서 1601년 네덜란드 항해사에 의해 모젤 베이(홍합 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모젤 베이에 있는 디에쉬 박물관을 찾아가면 디에쉬가 당시 항해에 이용하였던 범선과 같은 크기의 복제 선박을 구경할 수 있다. 1988년 포르투갈 정부가 디에쉬의 희망봉(희망곶) 발견 500주년을 기념해 기증한 것이다.

◇인도양 바닷물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나이즈나 헤즈’. 나이즈나는 바닷물이 육지 쪽으로 들어와 만들어진 석호(潟湖)로 유명한 곳이다.
모젤 베이 다음으로 가든 루트의 중간 기착지로 머물기 좋은 곳은 나이즈나(Knysna)이다. 케이프타운에서 바즈 버스로 8시간, 직행버스로는 6시간 걸리는 곳이다. 나이즈나는 석호(潟湖)로 유명한 곳이다. ‘나이즈나 헤즈’라는 두 개의 사암(沙岩) 절벽 사이로 인도양의 바닷물이 들어와 만들어진 호수다. 나이즈나는 그리 크지 않기에 하루 정도 숙박하면서 구경할 수 있다. 나이즈나의 메인 스트리트에는 각종 상점, 레스토랑, 여행사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워터프런트에는 요트와 선박들이 정박해 있어 아담하지만 관광지다운 분위기다. 선착장에는 나이즈나 석호를 돌아보는 크루즈 선박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이왕 나이즈나에 온 김에 돈을 조금 더 지불하고 고급 크루즈를 타기로 했다. 나이즈나 석호를 한 바퀴 돌아보는 데 약 40분 걸린다고 한다. 표를 끊고 크루즈 안으로 들어가니 1층에 레스토랑이 있고 2층에는 바(bar)가 있다. 생각한 것보다 분위기가 우아해서 고급 크루즈 배를 타고 멀리 떠나는 기분이다.

오후 4시쯤 선착장을 빠져 나간 크루즈는 방향을 틀어 석호 안쪽으로 들어간다. 모양은 바다지만 호수라서 그런지 물결이 잔잔하다. 한가로이 2층 바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마음 또한 차분해진다. 20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니 200여m 높이의 투 헤즈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자그마한 투 헤즈의 섬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고, 섬 위에는 예쁘게 치장한 집들이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섬에서 나이즈나 호수를 바라보면 참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크루즈 시간이 조금 짧은 듯하여 아쉽지만 호수처럼 마음이 평온해진 크루즈 여행이었다.

◇투 헤즈의 섬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고 예쁘게 치장한 집들이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섬에서 바라보는 호수의 풍광이 참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있는 여행객이라면 모젤 베이에서 나이즈나 사이에 있는 조지(George)라는 도시에 잠깐 들러도 좋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조지와 나이즈나의 30㎞ 구간을 오가는 협궤열차를 타기 위해서다. ‘츄추(Choo Tjeo)’라고 불리는 이 증기기관차는 1900년대 초 운행하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관광용 기관차로 이용되고 있다. 조지를 떠난 기차는 소나무와 유칼리나무 숲을 지나 구불구불 이어진 철길을 달린다. 호수와 산림을 통과한 뒤 나이즈나 석호를 가로지르는 2㎞의 다리를 지나면 나이즈나에 도착한다.

나이즈나를 떠나 바즈 버스가 도착한 곳은 나이즈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치치카마(Tsitsikamma) 해안국립공원. 숲 속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자 젊은 남녀들이 우르르 버스에서 내린다. 치치카마 국립공원은 인도양 해안을 따라 약 68㎞ 펼쳐져 있고, 바다 안쪽으로 5.5㎞ 정도 들어와 있다. ‘치치카마’란 말은 코이(Khoi)어로 ‘흐르는 물소리’라는 뜻이 말해주듯 치치카마 국립공원 안에는 두 개의 강이 흐르고 있다. 높이 139m의 협곡 사이를 흐르는 스톰즈 강의 스톰즈 리버 브릿지는 남반구에서 가장 높고 긴 다리로 유명하다. 치치카마 국립공원은 자연휴양림으로 경관이 뛰어난 곳이기도 하지만 젊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 이유는 남아공에서 가장 유명한 두 개의 하이킹 트레일과 세상에서 가장 높은 번지점프대가 있기 때문이다. 높이 216m의 불로크란스 리버 교각에서 강을 향해 몸을 던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바즈 버스는 번지 점프대를 저 멀리 바라보면서 최종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몇 시간 후 포트 엘리자베스에 도착해도 아직 남아공 남부라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이 좀 더 느긋해진다.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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